우리 말도 익혀야지

 (251) -로부터 2


그 편지는 지방에 있는 국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보내진 것으로, 전에도 몇 번 서로 교신의 기회를 가졌던 분이다

《여승구-책사랑 33년》(한국출판판매주식회사,1988) 128쪽


 국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보내진 것으로

→ 국민학교 선생님이 보내신 것으로

→ 국민학교 선생님한테서 받은 것으로

 …



  ‘-로부터/-으로부터’라는 토씨는 한국말에 없습니다. ‘-로 + -부터’라고 하지만, 이러한 토씨를 한국사람이 쓸 일이란 없습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토씨가 올림말로 나옵니다. 보기글도 몇 가지 나와요.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왔다 → 아버지한테서 편지가 왔다

 바퀴 달린 탈것은 마차로부터 고속 전철까지 발전해 왔다

→ 바퀴 달린 탈것은 마차에서 고속 전철까지 발돋움했다

 그 사람으로부터 나온 이야기 → 그 사람한테서 나온 이야기

 그곳으로부터 십 리 밖의 거리 → 그곳에서 십 리 밖 거리

 시험으로부터 해방되다 → 시험에서 풀려나다

 남쪽으로부터 꽃 소식이 전해 온다 → 남쪽에서 꽃내음이 퍼져 온다


  편지를 받거나 이야기를 들었다면 ‘(누구)한테서’ 편지를 받거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무엇을 배울 적에도 “아버지한테서 배웠어요”라든지 “언니한테서 배웠어요”처럼 ‘-한테서’를 붙입니다. 말이 나온 자리를 살필 적에도 “누구한테서 나온 말인지 알아보다”처럼 써야 올발라요.


  한편, ‘-에서’라는 토씨를 넣어야 할 자리에 ‘-로부터/-으로부터’가 끼어들기도 합니다. 섣부른 번역 말투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번역 말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널리 써서 퍼지’면, 이 또한 ‘새로운 한국말’이라고 여깁니다. 이를 놓고 ‘사회성’이라 하는데, 이는 사회성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와 언론과 지식과 철학이 이러한 번역 말투를 자꾸 쓰고 퍼뜨려서,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길든 말투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언론과 지식과 철학은 이 같은 번역 말투를 한국말로 올바로 가다듬으려고 애쓴 적이 없다시피 합니다. 이제라도 한국말이 제길을 찾도록 학교와 언론과 지식과 철학이 모두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고 느낍니다. 4337.6.21.달/4348.2.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편지는 시골에 있는 국민학교 선생님이 보내셨고, 예전에도 몇 번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셨던 분이다


‘지방(地方)’은 ‘시골’이나 ‘다른 고장’으로 다듬고, “보내진 것으로”는 “보내신 것으로”나 “보내셨고”로 다듬습니다. ‘전(前)에도’는 ‘예전에도’로 손질하고, “교신(交信)의 기회(機會)를 가졌던 분이다”는 “서로 편지를 주고받은 분이다”나 “서로 편지를 나눈 분이다”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257) -로부터 3


자족으로부터 드높은 행복이 찾아온다

《슈마허/이덕임 옮김-자발적 가난》(그물코,2003) 172쪽


 자족으로부터

→ 스스로 넉넉해야

→ 스스로 넉넉하면

→ 삶을 손수 지어야

→ 삶을 손수 지으면

 …



  먼 나라에서 한국으로 찾아온 사람과 ‘영어 낱말’ 몇 가지를 이럭저럭 엮어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빈틈이 없거나 알맞게 ‘영어 문장’을 읊지 못하더라도 이야기는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을 보면 겉모습은 한국말이지만, 무늬만 한글일 뿐, 제대로 쓴 말이나 글이 아닙니다. 다만, 이처럼 글을 써도 이야기는 알아듣거나 나눌 수 있어요.


  행복은 높거나 낮지 않습니다. 행복이나 즐거움은 높낮이로 따지지 않습니다. 크게 즐겁거나 조금 즐겁다고 나눌 수 있을 뿐입니다. ‘자족’은 어떤 낱말일까요. 이 낱말을 그대로 쓰고 싶다면 “자족에서 큰 행복이 찾아온다”쯤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족’이라고 하는 ‘스스로 넉넉함’은 남이 나를 넉넉하게 하지 않고 내가 나를 넉넉하게 합니다. 그러니, 즐거움(행복)은 먼 데에서 나한테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은 다시 “자족에서 큰 행복이 비롯한다”로 손볼 만해요. 이러고 나서 ‘자족’이나 ‘행복’ 같은 한자말도 손질해 줍니다. 4337.6.26.흙/4348.2.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넉넉한 삶에서 큰 즐거움이 비롯한다

삶을 손수 지어야 기쁨이 샘솟는다

스스로 넉넉해야 삶이 매우 즐겁다

삶을 손수 지어야 스스로 몹시 기쁘다


‘자족(自足)’이라는 한자말은 “(1) 스스로 넉넉함을 느낌 (2) 필요한 물건을 자기 스스로 충족시킴”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넉넉해야”나 “삶을 손수 지어야”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행복(幸福)’은 ‘기쁨’이나 ‘즐거움’으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319) -로부터 4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72년 10월 18일 국무총리 특별지시로 보사부 안에 위에 말한 것 같은 ‘연탄가스 중독방지 중앙대책위원회’가 설치되었으나 대책이란 말뿐, 실효 있는 방지 대책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피해자 집계조차 못하고 있다니 한심하다기보다 기가 차 말이 안 나온다

《송건호-현실과 이상》(정우사,1979) 259쪽


 지금으로부터 5년 전 72년

→ 5년 전인 1972년

→ 다섯 해 앞서인 1972년

→ 올해로 치면 다섯 해 앞서인 1972년

→ 지난 1972년

→ 다섯 해 앞서인 지난 1972년

 …



  ‘지금(只今)으로부터’는 거의 관용구처럼 뿌리를 내리는 말투라고 할 만합니다. “바로 오늘부터 따져서”를 뜻한다고 할 텐데, “오늘부터 치면”이나 “올해로 치면”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한자말 ‘지금’은 한국말로는 ‘이제’나 ‘이적’을 가리킵니다. ‘이(只) + 이제(今)’으로 엮은 ‘지금’이거든요.


  이 보기글에서는 ‘지금으로부터’를 덜어도 됩니다. 다른 자리에서도 ‘지금으로부터’는 거의 군말이기 일쑤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으로부터’ 다음에 적는 말마디를 살피면, 굳이 이런 말을 안 넣어도 돼요. “5년 전인 72년 10월 18일”이라고만 적어도 뜻이나 느낌은 잘 드러납니다. 애써 꾸밈말을 넣고 싶다면 ‘지난’이나 ‘앞서’를 넣으면 돼요. 또는 “다섯 해 앞서인 지난 72년 10월 18일”처럼 적을 만합니다. 4337.8.8.해/4348.2.27.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다섯 해 앞서인 지난 1972년 10월 18일, 국무총리 특별지시로 보사부에 ‘연탄가스 중독방지 중앙대책위원회’가 생겼으나 대책이란 말뿐, 제대로 된 대책은 없고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다니 바보스럽다기보다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5년(五年) 전(前)인”은 “다섯 해 앞서인”으로 다듬고, “보사부 안에”는 “보사부에”로 다듬으며, “위에 말한 것 같은”은 “앞서 말한”으로 다듬거나 덜어냅니다. ‘설치(設置)되었으나’는 ‘두었으나’나 ‘생겼으나’로 손보고, “실효(實效) 있는 방지(防止) 대책은 고사(姑捨)하고”는 “제대로 된 대책은 없고”나 “이를 막을 제대로 된 대책은 없고”로 손보며, “공식적(公式的)인 피해자 집계(集計)조차 못하고 있다니”는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다니”로 손봅니다. ‘한심(寒心)하다기보다’는 ‘어이없다기보다’나 ‘바보스럽다’로 손질하고, “기(氣)가 차”는 “어이가 없어”나 “터무니없어”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