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7) 당최


잡초가 어찌나 무성한지 안에 뭐가 있는지 당최 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20쪽


 당최 볼 수도 없을

→ 도무지 볼 수도 없을

→ 영 볼 수도 없을

→ 하나도 볼 수 없을

→ 조금도 볼 수 없을

→ 무엇 하나 볼 수도 없을

→ 아무것도 볼 수 없을

 …



  한자말 ‘당초(當初)’에 토씨 ‘-에’를 붙인 ‘당초에’를 줄여서 ‘당최’로 쓴다고 합니다. 한자말 ‘당초’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은 ‘처음’인데, 이를 한자로 옮기니 ‘당초’라는 낱말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당최’를 ‘도무지’나 ‘영’을 뜻하는 낱말이라고 풀이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처음부터 ‘도무지’나 ‘영’이라는 한국말을 써야 올바르다는 뜻입니다. ‘당최’라는 한자말은 뜬금없거나 엉뚱한 낱말이라는 소리입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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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얼마나 우거졌는지 안에 뭐가 있는지 도무지 볼 수도 없었다


‘잡초(雜草)’는 ‘풀’로 손보고, ‘무성(茂盛)한지’는 ‘우거졌는지’로 손봅니다. “없을 지경(地境)이었다”는 “없을 노릇이었다”나 “없었다”로 손질합니다.



당최(當初+에) : ‘도무지’, ‘영’의 뜻을 나타내는 말

   -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다 / 어찌 된 일인지 당최 알 수가 없어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6) 평평


해안 지역이 아주 평평한 경우, 강물에 실려 온 퇴적물이 넓은 지역 위에 골고루 퍼지면서 쌓여 바다 쪽을 향해 삼각형으로 펼쳐진 퇴적층이 생깁니다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35쪽


 아주 평평한 경우

→ 아주 고를 때에

→ 아주 판판할 적에

→ 아주 판판하면

→ 아주 반반하면

 …



  한자말 ‘평평(平平)하다’를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평평하다 = 고르다’나 ‘평평하다 = 판판하다’인 셈입니다. 한국말 ‘고르다’는 “여럿이 다 높낮이, 크기, 양 따위의 차이가 없이 한결같다”를 뜻한다 하고, ‘판판하다’는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고 너르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땅을 평평하게 다지다 → 땅을 고르게 다지다

 바위가 평평하다 → 바위가 판판하다

 바닥은 평평했다 → 바닥은 반반했다


  그러니까, ‘고르다’나 ‘판판하다’를 쓰면 됩니다. 그리고, ‘판판하다 < 펀펀하다’처럼 쓰고, ‘판판하다 > 반반하다’처럼 쓰며, ‘반반하다 < 번번하다’처럼 씁니다. 한국말은 느낌과 결을 살펴서 여러모로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4348.2.2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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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가 아주 판판하면, 냇물에 실려 온 것이 넓은 곳에 골고루 퍼지면서 쌓여, 바다 쪽으로 세모꼴로 펼쳐진 자리가 생깁니다

바닷가가 아주 판판할 때에, 냇물에 실려 온 것이 넓은 곳에 골고루 퍼지면서 쌓여, 바다 쪽으로 세모꼴로 펼쳐집니다


“해안(海岸) 지역(地域)”은 ‘바닷가’로 다듬고, “-한 경우(境遇)”는 “-한 때에”나 “-하면”으로 다듬으며, “넓은 지역(地域) 위에”는 “넓은 곳에”로 다듬습니다. ‘퇴적물(堆積物)’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곧바로 ‘퍼지면서 쌓여’처럼 이어지니 겹말이 돼요. 그래서 “실여 온 퇴적물”은 “실려 온 것”으로 손질합니다. “바다 쪽을 향(向)해”는 ‘쪽’과 ‘향하다’가 겹말로 쓰입니다. “바다 쪽으로”로 손질합니다. “삼각형(三角形)으로 펼쳐진 퇴적층(堆積層)이 생깁니다”는 “세모꼴로 펼쳐진 자리가 생깁니다”나 “세모꼴로 펼쳐집니다”로 손봅니다.



평평(平平)하다

1.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 땅을 평평하게 다지다 / 바위가 평평하다 / 바닥은 평평했다

2. 예사롭고 평범하다

   - 얼굴은 그저 평평하게 안 생겼더냐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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