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마무리 (사진책도서관 2015.2.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설날이 지나간다. 올해 설날은 목요일에 걸리니 설날이 깃든 이레 동안 ‘설놀이’라 할 만큼 느긋하면서 조용하다. 다만, 시골마을에서는 ‘도시로 떠나서 지내는 아이들(어른이 된 아이들)’이 모처럼 시골을 찾아오는 때이고, 이런 때에는 마을을 청소하느니 무엇을 하느니 부산하다. 참말 올해에도 명절을 앞두고 마을마다 논둑과 밭둑을 태우고 쓰레기를 태우며 이것저것 한다면서 여러 날 매캐하고 고단했다. 그나마 겨울이었으니 이쯤에서 그친다. 여름이나 가을이라면 곳곳에서 농약을 치느라 농약내음까지 마셔야 한다. 이는 모두 새마을운동 탓이라고도 할 만하다. 왜냐하면, 새마을운동이 휘몰아치면서 시골사람은 도시 공장노동자로 떠나야 했고, 모처럼 명절을 맞아서 시골로 돌아오는 ‘공장노동자’를 반기자면서 ‘깨끗한 시골’을 보여주도록 ‘새마을 지도자’가 다그쳤다. 그런데, ‘깨끗함’이란 무엇인가? 풀이 없고 나뭇가지를 벌거숭이처럼 치면 깨끗할까? 자동차가 드나들기 좋도록 길을 닦아야 깨끗할까?


  올해 설에 아이들과 함께 내 아버지(아이들 할아버지)한테 다녀오면서, 여덟 살 큰아이는 ‘제도권학교’에 안 보내는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여덟 살 큰아이가 ‘제도권학교에 들어가는 나이’가 된 일을 아주 기뻐하고 반기면서 큰아이 새 겉옷과 가방과 신주머니까지 선물해 주고 싶어서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를 마주하니, ‘우리 집 큰아이는 우리 도서관을 학교로 고쳐서 이곳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우기로 했어요’ 하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고흥집으로 돌아가면 천천히 손으로 편지를 써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놀이가 끝나는 일요일에 순천에서 손님이 찾아온다. 도서관 지킴이로 계신 이웃님이다. 고흥은 이월 끝자락에도 포근한 날씨이지만, 우리 도서관에서는 손님 대접을 아직 마땅히 하지 못한다. 그래도 즐거이 찾아와 주시는 손님과 이웃님이 더없이 고맙다. 책 하나를 바라보고, 시골에 뿌리내리는 사진책도서관을 헤아리며, 시골지기로 사는 네 식구를 얼싸안으려는 손님과 이웃님이 가없이 반갑다.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간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이다. 하나는 옆길, 하나는 앞길, 하나는 뒷길, 이렇게 셋이다. 그동안 으레 옆길로 다녔으나, 이제 뒷길로도 다니기로 한다. 이 뒷길로 마을 할배나 할매가 곧잘 다니시는지, 짚이 반듯하게 누웠다. 빙 돌아서 다니기보다 학교를 가로질러 뒷길로 다니면 논을 오가기에 훨씬 수월하시겠지.


  학교 건물을 빙 둘러보다가, 본관 뒤쪽에 있는 후박나무를 새롭게 마주한다. 그동안 잘 몰랐는데, 본관 뒤쪽 후박나무는 줄기가 매우 굵다. 그런데 줄기 위쪽이 잘렸다. 언제 잘렸을까? 언제 누가 잘랐을까? 키가 자라지 못하게 저렇게 자른 때는 언제인가? 이 후박나무가 줄기를 뎅겅 잘리지 않고 곧게 섰다면 이 후박나무는 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멋스럽고 아름다웠겠다고 느낀다. 고흥 이곳저곳 다녀 보았을 때 이렇게 줄기가 굵은 후박나무를 보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이만큼 굵은 후박나무는 고흥에 더 없을는지 모른다.


  참으로 안타깝다. 아니, 아프다. 그러나, 이 후박나무는 이 굵은 줄기를 뎅겅 잘렸어도 씩씩하게 살아났고, 오늘까지 짙푸른 잎사귀를 베푼다. 나무란 참으로 놀랍도록 아름답다. 나무란 그지없이 사랑스러우면서 야무지다. 나무가 우거져서 이루는 숲은 언제나 사람들한테 푸른 숨결을 나누어 주면서, 사람도 얼마든지 씩씩하고 아름다우면서 푸른 넋이라고 알려준다고 느낀다.


  나무처럼 살 적에 나무 같은 마음이다. 바람처럼 살 적에 바람 같은 숨결이다. 꽃처럼 살 적에 꽃 같은 노래이다. 해님처럼 살 적에 해님 같은 가슴이다. 사람은 나무와 바람과 꽃과 해님을 모두 품에 안으면서, 스스로 곧게 서는 슬기로운 목숨이다. ㅎㄲㅅㄱ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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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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