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04) -께로 1
먼저 하나님께로 가세요. 제가 뒤따라갈게요
《박정희-나의 수채화 인생》(미다스북스,2005) 6쪽
하나님께로 가세요
→ 하느님께 가세요
→ 하느님한테 가세요
→ 하느님에게 가세요
→ 하느님 있는 곳으로 가세요
→ 하느님 계신 곳으로 가세요
…
한국말에는 ‘-께 + -로’라는 토씨는 없습니다. ‘-께’면 ‘-께’이고, ‘-로’면 ‘-로’일 뿐입니다. ‘-한테/-에게’를 높이려는 뜻이라면 ‘-께’를 붙여서 “하느님께 가세요”처럼 쓰면 됩니다. 그런데, 높이는 자리에 ‘-께’를 쓴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으레 ‘-한테’를 널리 씁니다. 아이한테 “할아버지한테 가 보렴”처럼 흔히 말하지, “할아버지께 가 보렴”처럼 잘 말하지 않습니다. 높이려고 한다면 ‘-께’를 붙여야 맞으나 “할머니한테 드리렴”처럼 흔히 말해요.
아이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놓고 본다면, 아이로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높여야 맞고, 아버지와 어머니 자리에 있는 사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높여야 맞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살가운 흐름으로 이야기를 나누려는 뜻으로 굳이 ‘-께’를 안 쓰고, 부드럽게 수수한 말씨로 ‘-한테’를 붙이기 마련입니다.
종교에서는 ‘거룩한 하느님’을 섬기면서 ‘-한테/-에게’는 거의 안 쓰고 으레 ‘-께’만 씁니다. 그러면, 이 토씨 ‘-께’를 알맞게 쓰면 됩니다. ‘-께로’처럼 엉뚱한 토씨를 억지로 꾸며서 쓰지 않아도 됩니다. 4338.4.18.달/4348.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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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느님한테 가세요. 제가 뒤따라갈게요
한국에서는 개신교를 믿는 분들이 ‘하나님’처럼 적습니다만, ‘하느님’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천주교를 믿기에 ‘하느님’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종교에서나 똑같이 ‘하느님’일 뿐이고, 종교가 아닌 곳에서도 ‘하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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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682) -께로 2
당신이 제 아들을 당신께로 불러 가셨음을, 조국이 아들을 가져가는 대신에 제 사랑하는 아이를 받아들였음을
《야누쉬 코르착-홀로 하나님과 함께》(내일을여는책,2001) 48쪽
당신께로 불러 가셨음을
→ 당신한테 불러 가셨음을
→ 하느님 곁으로 데려가셨음을
→ 하느님 계신 곳으로 데려가셨음을
…
이 보기글에서는 “당신께로”를 “당신께”로 바로잡으면 됩니다. ‘-께로’로 적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께로’라는 토씨가 나타난 까닭은 일본말 때문입니다. 일본 말투가 얼결에 한국말로 스며들면서 이런 말투가 생겼습니다. 한국이 일본한테 식민지살이를 해야 한 탓에 생긴 얄궂은 말투 가운데 하나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께로 → -께/-한테’처럼 손질하고 나서 어딘가 아리송합니다. 말투가 좀 엉성합니다. “당신한테 불러 가셨음을”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제 아들을 하느님한테 불러서 가셨음을”이라고 하니 높임말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하느님이 제 아들을 하느님한테 부르셔서 갔음을”이 되어야 할 테지요. 그런데, 이렇게 높임말 자리를 바꾸어도 어쩐지 안 어울립니다. “부르셔서 갔음을”이든 “불러서 가셨음을”이든 맞갖지 않아요. 이 대목을 더 손질해서 “하느님한테 데려가셨음을”처럼 적어야지 싶습니다. 4340.1.12.쇠/4348.2.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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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제 아들을 하느님한테 데려가셨음을, 나라가 아들을 가져가려 할 때 제 사랑하는 아이를 받아들였음을
‘당신(當身)’이라는 한자말을 그대로 쓸 수도 있으나, 이러한 말을 쓴 지 얼마 안 됩니다. 한겨레는 예부터 ‘이녁’이나 ‘그대’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녁’이나 ‘그대’로 손질하거나, 이 보기글에서는 ‘하느님’으로 손질합니다. ‘조국(祖國)’은 ‘나라’로 손보고, “아들을 가져가는 대신(代身)에”는 “아들을 가져가려 할 때에”로 손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나라(정부)’에서 전쟁을 일으켜 아들을 군대로 끌어가려 하는 모습을 가리키니, ‘할 때에’로 손보아야지 싶습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