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376) -ㄴ 것이다 4
그들이 우리들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은 공론이 아니요, 바로 현실 그것인 것이다
《칼 야스퍼스/김종호 옮김-원자탄과 인류의 미래 : 상》(사상사,1963) 19쪽
바로 현실 그것인 것이다
→ 바로 삶이다
→ 바로 이러한 삶이다
→ 바로 이 삶이다
→ 바로 오늘 여기 있는 삶이다
…
이 보기글을 보면 ‘바로’라는 낱말을 넣으면서 힘주는 말투가 됩니다. 그러니, “-ㄴ 것이다” 꼴로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쓴 분은 ‘그것’을 사이에 넣으면서 더 힘주는 말투로 쓰려 합니다. 그렇지만, 이 보기글처럼 ‘그것’을 넣으면 번역 말투예요. “바로 삶이다”나 “바로 현실이다”라고만 쓰면 됩니다. 굳이 사이에 꾸밈말을 하나 더 넣고 싶다면 “바로 이 삶이다”나 “바로 이 현실이다”처럼 쓸 노릇입니다. 4337.11.26.쇠/4348.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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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우리한테 하는 말은 빈말이 아니요, 바로 삶이다
그들은 우리한테 빈말이 아닌 바로 삶을 들려준다
“우리들에게 말해 주고 있는 것은”은 “우리한테 하는 말은”으로 손질하고, ‘공론(空論)’은 ‘빈말’이나 ‘빈소리’로 손질합니다. ‘현실(現實)’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삶’으로 손볼 수 있고, “바로 현실 그것”은 “바로 삶”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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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619) -ㄴ 것이다 5
숟가락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입술을 스쳐 지금 내 앞에 놓이게 된 것일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숟가락으로 따순 국물을 떠먹었을까
《김선우-김선우의 사물들》(눌와,2005) 13쪽
내 앞에 놓이게 된 것일까
→ 내 앞에 놓였을까
→ 내 앞에 놓인 셈일까
→ 내 앞까지 왔을까
→ 나한테 왔을까
…
이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둘째 줄 끝은 “국물을 떠먹었을까”로 나옵니다. “국물을 떠먹은 것일까”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첫째 줄은 “내 앞에 놓이게 된 것일까”로 적었지요. 첫째 줄도 “내 앞에 놓였을까”로 적으면 아무 말썽이 없어요.
한 마디를 붙여서 느낌을 남달리 하고 싶으면 “내 앞에 놓인 셈일까”처럼 쓸 수 있고, “내 앞까지 왔을까”나 “나한테 왔을까”처럼 새롭게 써도 됩니다. “내 앞까지 왔을까 궁금하다”나 “나한테 왔을까 궁금하다”처럼 말끝을 이을 수도 있습니다. 4339.9.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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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으로 태어난 때부터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 입술을 스쳐 오늘 내 앞에 놓였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숟가락으로 따순 국물을 떠먹었을까
“태어난 순간(瞬間)부터”는 “태어난 때부터”로 다듬고, ‘지금(只今)까지’는 ‘이제까지’나 ‘여태까지’로 다듬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입술”은 “많은 사람들 입술”로 손질하고, “놓이게 된”은 “놓였을”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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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630) -ㄴ 것이다 6
고통과 비참보다 더 위대하고 신기한 것은 없는 것이란다
《오스카 와일드/이지민 옮김-행복한 왕자》(창작과비평사,1983) 20쪽
더 신기한 것은 없는 것이란다
→ 더 놀라운 일은 없단다
→ 더 놀라운 삶은 없단다
…
‘것’은 이 낱말을 써야 할 자리에 알맞게 쓰면 됩니다. 그러나 ‘것’이 너무 자주 나온다거나 앞뒤에 겹치면, 말이나 글 모두 껄끄럽거나 늘어집니다. 일부러 질질 끌듯이 말을 하려는 뜻이라면 “-ㄴ 것이다”뿐 아니라 “-는 것일 것이다”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투를 이렇게 늘어뜨리거나 얄궂게 겹쳐서 쓰면, 더군다나 어린이책에서 이러한 말투를 자꾸 쓰면, 어릴 적부터 말을 말답게 배우지 못하고 말아요. 4339.10.16.달/4348.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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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과 끔찍함보다 더 거룩하고 놀라운 일은 없단다
‘고통(苦痛)’은 ‘괴로움’으로, ‘비참(悲慘)’은 ‘끔찍함’으로 다듬습니다. ‘위대(偉大)하고’는 ‘훌륭하고’나 ‘높고’나 ‘거룩하고’로 손보고, ‘신기(新奇)한’은 ‘놀라운’이나 ‘놀랍고 재미난’으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