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88) 이야기


 토론(討論) :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함

 논의(論議) : 어떤 문제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내어 토의함

 의견(意見) : 어떤 대상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토의(討議) :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고 협의함

 검토(檢討) : 어떤 사실이나 내용을 분석하여 따짐

 분석(分析) : 얽혀 있거나 복잡한 것을 풀어서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나눔

 협의(協議) :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의논함

 의논(議論) :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



  학교나 사회나 공공기관에서는 으레 ‘토론’을 하거나 ‘토의’를 한다고 합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흔히 ‘공개 토론’이나 ‘전문가 토론’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토론’과 ‘토의’는 서로 다르다고 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참말 ‘토론·토의’는 다르게 쓰는 낱말일까요?


  ‘토론 = 의견 논의’라고 합니다. ‘토의 = 검토 협의’라고 합니다. ‘논의 = 의견 토의’라고 합니다. ‘협의 = 의논’이라 합니다. ‘의논 = 의견’이라 합니다. 그리고, ‘의견 = 생각’이라 합니다.


  이리하여 ‘토론 = 의견 + 논의 = 생각 + 의견 토의 = 생각 + 생각 검토 협의 = 생각 + 생각 살펴 의논 = 생각 + 생각 살펴 생각 나눔’이 되고, ‘토의 = 검토 협의 = 살펴 의논 = 살펴 의견 나눔 = 살펴 생각 나눔’이 되어요. ‘토론’이든 ‘토의’이든 “생각을 살펴서 나눔”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토론·토의·의논·논의·협의’라는 한자말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 다섯 가지 한자말은 모두 엇비슷한 자리에서 엇비슷하게 쓰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한자말은 모두 “생각을 주고받는 일”을 가리키는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노릇입니다. 이 다섯 가지 한자말 ‘토론·토의·의논·논의·협의’를 한국사람이 쓴 지는 기껏해야 백 해쯤 되고, 한국 사회나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두루 쓴 지는 쉰 해나 서른 해쯤 된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한자말이 한국 사회나 학교나 공공기관에 퍼지기 앞서 한국사람은 어떤 낱말을 쓰면서 생각을 살피거나 나누었을까요?


 이야기

 이야기터 . 이야기꽃 . 이야기판

 이야기마당 . 이야기자리 . 이야기잔치

 이야기한마당 . 이야기큰잔치 . 이야기한누리


  ‘토론’이나 ‘토의’를 하자고 하면, 아이들은 무척 어려워 합니다. 어른들도 퍽 어려워 합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 일인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누구나 술술 말을 풀어놓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알면서 생각을 기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론·토의’ 같은 한자말을 쓰는 일이 나쁘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쓸 만한 낱말이라고도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지 싶습니다. 즐겁게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기쁘게 생각을 북돋아서 아름답게 생각날개를 펼쳐야지 싶습니다.


  ‘이야기’는 네 생각과 내 생각이 만나서 ‘우리 생각’으로 거듭나도록 이끕니다. 네 생각과 내 생각이 어우러져서 ‘슬기’가 됩니다.


  어느 한 사람이 내놓는 생각에 꼭 맞장구를 치거나 손가락질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됩니다. 한마당을 이루고 큰잔치를 열며 한누리를 일구면 됩니다. 어우러지는 마당에서 도란도란 자리를 깔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잔치를 벌이면 됩니다. 삶터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꽃이 피어나듯이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한판 신나게 이야기를 벌입니다. 4348.2.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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