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든 뒤에 글쓰기
아이들이 잠든 뒤에 글을 신나게 쓴다.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똑같다. 여느 때에는 아이들과 신나게 복닥거리다가, 아이들이 하나둘 곯아떨어지면 포근히 자도록 돕고, 아이들이 까무룩 잠이 들면 조용히 공책을 꺼내어 펼치거나 셈틀을 켠다.
아이들과 복닥이느라 어느 틈에 글을 쓰느냐 할 수 있지만, 아이들과 복닥이는 나날은 아이들한테서 새롭게 배우는 한편 아이들한테 삶을 가르치는 고마운 한때이다. 글로 쓸 이야기는 아이들과 복닥이는 동안 저절로 태어난다. 마당과 뒤꼍을 함께 거닐면서, 밥상맡에 함께 둘러앉으면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옷가지를 개면서, 잠자리에 누이고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옷을 갈아입히고 글놀이를 함께 하면서, 함께 마실을 하고, 함께 자전거를 달리며, 함께 웃고 노래하면서, 글로 담을 모든 이야기가 자란다.
아이가 없는 어른이라면 홀로 숲길을 걷거나 들길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삶을 익힐 수 있다. 아이가 있든 없든 흙을 가꾸거나 나무를 돌보면서 삶을 배울 수 있다. 삶은 늘 삶으로 배운다. 삶은 늘 삶에서 피어난다. 글쓰기란 늘 삶쓰기이기 때문에, 삶이 있을 때에 글을 쓴다. 삶이 없다면 아무런 글을 못 쓴다. 4348.2.22.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삶과 글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