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제사



  마을에서 어느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마을에 계신 분이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마을에서 나고 자라셨지만 도시에서 머물다가 돌아가셨는지 잘 모르겠다. 마을방송을 듣고도, 또 마을회관에 가서 여쭈어도, 잘 모르겠다. 다만, 돌아가신 분 아이들은 거의 다 도시에서 지내는 듯했고, 도시에서 뼈와 살을 불로 사른 뒤 고향으로 돌아오신 듯했다. 이제껏 ‘마을 제사’에는 함께해 보지 못해서 오늘은 마을 제사에 살짝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다. 큰아이는 집에 가겠노라 해서 혼자 집으로 보내고 작은아이와 마을회관에 들어간다.


  돌아가신 분이 낳은 아이들이 ‘상주’가 될 텐데, 마을 어른들한테 낮밥 한 끼니와 도시락을 대접한다고 한다. 작은아이와 함께 나도 밥상을 받아서 마을 할매와 할배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듣는다. 도시로 떠나서 사느라 그동안 얼굴을 볼 수 없던 사람들이 서로 반갑게 웃음 띤 얼굴로 만나는 모습을 바라본다. 혼례잔치와 제삿날에는 이렇게 ‘헤어져 지낸 사람’이 만나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도시로 떠난 ‘돌아가신 분이 낳은 아이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을 어떻게 느끼거나 바라볼까? 어머니(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향이라는 곳에 찾아올 일이 있을까? 어릴 적에 뒹굴거나 뛰놀면서 마을 할매와 할배는 모두 알기는 할 테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없는 이곳에 이녁 아이들과 함께 찾아올 일이 생길까? 왜냐하면, 도시로 떠난 이들은 이제 삶터가 도시이고, 시골에 남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다면, 작은어머니나 작은아버지가 시골에 있다 하더라도 따로 찾아올 일이 생기지는 않을 듯하다. 거의 마지막 걸음인 셈이지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고샅에서 넘어진다. 두 손을 주머니에 폭 찌르고 걷다가 내 발을 밟고 넘어진다. 얘, 밟힌 사람은 아버지인데 네가 넘어지네. 작은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놀다가 똥을 시원하게 눈다. 큰아이는 기침감기가 아직 안 떨어져서 자리에 누인다. 4348.2.16.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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