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00) 것일 것이다 1


우리가 어떠한 정신적 자세와 태도를 유지하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오다 마코토/양현혜·이규태 옮김-전쟁인가 평화인가》(녹색평론사,2004) 3쪽


 -하느냐 하는 것일 것이다

→ -하느냐 하는 것이다

→ -하느냐 하는 대목이다

→ -하느냐이다

→ -하느냐에 달린다

→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글이나 말을 끝맺으면서 ‘-는 것이다’처럼 쓰는 분이 부쩍 늘어납니다. 이러한 글투나 말투는 한국말이라 할 수 없지만, 어느새 아주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이 같은 말투를 쓰지 말자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서 “-하느냐 하는 것이다”처럼 ‘것’을 한 번쯤 넣는 말투는 이럭저럭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할 만할 텐데, 다시금 ‘것’을 더 넣어서 “-는 것일 것이다”처럼 쓴다면, 참으로 얄궂습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분이 이처럼 ‘것’을 겹으로 쓰면서 힘있게 뜻을 나타내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일부러 같은 말을 잇달아 적으면서 힘주어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리하여 “-는 것일 것이라는 것이다”처럼 ‘것’을 세 차례 쓰는 분도 있어요.


  그러면 곰곰이 생각할 노릇입니다. 한국말에는 이런 말투가 없습니다. 이처럼 ‘것’을 쓰는 말투가 없는 한국말에서는 그동안 어떤 말투로 힘주어 말했을까요?


 -하느냐에 따라 달린다고 하겠다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다시금 말하겠다

 -하느냐를 더 생각할 노릇이다

 -하느냐를 새삼스레 돌아볼 일이다


  말끝에 여러모로 다른 낱말을 넣으면서 힘주어 말합니다. ‘것’을 넣지는 않습니다. 말끝을 이어서 새로운 낱말을 붙일 때에 비로소 ‘제대로 힘주어 외치는 투’가 됩니다. 4338.3.24.나무/4348.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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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떠한 마음과 몸짓을 지키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마음과 몸짓을 잇느냐 하는 대목이다


한자말 ‘자세(姿勢)’는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을 뜻한다 하고, ‘태도(態度)’는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를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 두 한자말은 똑같은 한 가지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자세 = 마음가짐’이라 하면서, ‘태도 =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라고 한다면, ‘태도 = 마음가짐이 드러난 마음가짐’이란 소리이니,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말풀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한편, 말뜻이 터무니없는 두 한자말을 나란히 쓰는 보기글도 얄궂습니다. “정신적(精神的) 자세와 태도”는 “마음과 몸짓”으로 손질합니다. ‘유지(維持)하느냐’는 ‘지키느냐’나 ‘잇느냐’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545) 것일 것이다 2


아마 유명한 ‘57 버라이어티’와 유사한 모든 것을 낙인찍는 잘못된 관습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나탄 라이언스/윤택기 옮김-사진가의 사진론》(눈빛,1990) 21쪽


 잘못된 관습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느낀다

→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었지 싶다

→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



  “것일 것이다”처럼 쓰기에 더 힘주어 나타내는 말투가 되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은 “비롯되었다고 본다”처럼 쓰면 됩니다. “비롯되었으리라 생각한다”처럼 써도 됩니다. “비롯되었다고 굳게 믿는다”처럼 쓰거나 “틀림없이 비롯되었다고 본다”처럼 써도 되어요. 4339.4.26.물/4348.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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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잘 알려진 ‘57 버라이어티’와 비슷한 모든 것을 (한쪽으로) 몰아세우는 잘못된 버릇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본다


‘유명(有名)한’보다는 ‘잘 알려진’이나 ‘널리 알려진’으로 손보고, ‘유사(類似)한’은 ‘비슷한’으로 손봅니다. ‘낙인(烙印) 찍는’은 ‘못박는’이나 ‘몰아넣는’이나 ‘몰아세우는’으로 손질하고, ‘관습(慣習)’은 ‘버릇’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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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587) 것일 것이다 3


여름철에 큰바위 밑에서 능구렁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것은 무당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능구렁이의 울음소리로 착각한 것일 것이다

《백남극·심재한-뱀》(지성사,1999) 43쪽


 능구렁이의 울음소리로 착각한 것일 것이다

→ 능구렁이 울음소리로 잘못 들었기 때문이다

→ 능구렁이 울음소리로 잘못 알아서이다

→ 능구렁이 울음소리로 잘못 알아들은 셈이다

→ 능구렁이 울음소리로 잘못 알아들은 탓이다

→ 능구렁이 울음소리라고 엉뚱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이 자리에서는 “착각한 것이다”로 끝맺을 만합니다. 적어도 이렇게 끝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ㄴ 것이다” 꼴도 아닌 “-ㄴ 것일 것이다” 꼴로 말끝을 늘어뜨립니다.


  말끝을 늘어뜨리면서 힘주어 말하려 한다면, “엉뚱하게 생각하고 그리 들었겠지”라든지 “잘못 들어서 그랬을 테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39.7.12.물/4348.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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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 큰바위 밑에서 능구렁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면 무당개구리 울음소리를 능구렁이 울음소리로 잘못 알아들은 셈이다


“능구렁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고”로 썼으면 “무당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무당개구리 울음소리”라고 쓸 줄 아는 셈입니다. “능구렁이의 울음소리”도 “능구렁이 울음소리”로 손봅니다. ‘착각(錯覺)한’은 ‘잘못 안’이나 ‘잘못 본’이나 ‘잘못 생각한’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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