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41) 서식말 손질 3 : 필요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요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모래를 쌓은 곳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면 찻길에 뿌려서 자동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려고 ‘모래를 쌓은 곳’이 있습니다. 어느 곳에는 모래주머니를 놓고, 어느 곳에는 모래상자를 놓습니다. 이렇게 ‘모래를 쌓은 곳’에 적은 알림글을 문득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ㄱ. 눈이 오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ㄴ. 길이 미끄러우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ㄷ. 눈길에 누구나 뿌릴 수 있습니다

 ㄹ. 미끄러운 길에 누구나 뿌릴 수 있습니다

 ㅁ. 이 모래는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필요시(必要時)’는 공공기관에서 무척 널리 쓰는 말투라 할 텐데, 이 말투는 일제강점기부터 이 땅에 퍼졌다고 할 만합니다. 요새는 ‘필요시’보다는 ‘필요하면’처럼 ‘-時’를 손질해서 쓰는 분이 많습니다만, ‘必要’라는 한자말까지 손질할 수 있기를 바라요. “要 냉장”이나 “要 주의”처럼 ‘要’를 넣은 말투는 모두 일본 말투입니다. ‘必히’라든지 ‘必讀’처럼 쓰는 말투도 죄다 일본 말투예요. 그러니, 이처럼 얄궂게 퍼지는 말투인 ‘필요’도 털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한국말은 ‘쓰다’이고, 이를 한자말로 옮기니 ‘사용(使用)’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도 ‘사용’이라는 한자말은 ‘부리다’나 ‘쓰다’로 고쳐써야 한다고 밝힙니다. 그렇지만, 공공기관에서든 학교에서든 한국말사전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듯하고, 나라에서 알려주는 ‘순화용어’를 찬찬히 헤아리지 못하는 듯해요. 4340.7.14.흙/4348.2.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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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61) 서식말 손질 6 : 아래 전화를 이용


전화로 알려주실 분은 아래 전화를 이용해 주십시오

- 전철에서



  전철을 보면 “고객의 소리”를 받는다고 하는 엽서가 곳곳에 있습니다. 전철을 탄 어느 날 문득 궁금해서 이 엽서를 꺼내 보았습니다. “고객의 소리” 엽서에는 전화로 알려주어도 된다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밝혀 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엽서에 적힌 글을 보니 “아래 전화”로 걸라고 나옵니다.


  “아래 전화”가 있으면 “위 전화”도 있을까요? 일본사람이 글을 쓰면서 원고 위쪽과 아래쪽을 갈라 ‘위’나 ‘아래’처럼 쓰던 버릇이 한국에 잘못 퍼져서 이러한 말투가 생겼습니다. 어떤 것을 알리려 하면서 뒷자리에 더 밝혀서 적는다고 할 적에는 “다음 전화”나 “이 전화”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조금만 헤아려도 알 수 있어요. 줄이 모자라서 다음 쪽으로 넘어갈 적에도 “아래 전화”처럼 적을 수 없겠지요. 다음 쪽으로 넘어가니 “위 전화”처럼 적지 않아요. ‘다음’이라는 낱말을 넣어야 합니다. 또는 ‘바로 이어지는 자리’를 가리키는 ‘이’라는 낱말을 넣습니다. 그리고,  전화는 ‘겁’니다. 전화는 ‘이용(利用)’하지 않습니다.


 전화로 알려주실 분은 다음 번호로 걸어 주십시오

 전화로 알려주실 분은 이 번호로 걸어 주십시오

 다음 번호로 전화하여 알려주십시오

 이 번호로 전화하여 알려주십시오


  그나저나 ‘고객(顧客)’은 누구를 가리킬까요? 한국말사전에서 이 한자말을 찾아보면 “‘단골손님’, ‘손님’으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단골·단골손님·손님’으로 고쳐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철을 타는 사람은 ‘단골’이 아닐 테니 ‘손님’으로 고쳐써야 올바르리라 봅니다. 이리하여, “고객의 소리”는 “손님 목소리”로 고쳐쓰면 됩니다. 4340.9.5.물/4348.2.15.해.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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