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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 옮기기 대작전을 펼치다 ㅣ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23
이천용.쓰카모토 고나미 지음, 양광숙 옮김, 조예정.이치노세키 게이 그림, 전영우 감수 / 웅진주니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75
나무심기, 나무베기
― 큰 나무 옮기기 대작전을 펼치다
쓰카모토 고나미·이천용 글
이치노세키 게이·조예정 그림
양광숙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8.3.15.
어린나무 한 그루를 심자면, 어린나무를 얻으면 됩니다. 어린나무를 들고 마땅한 땅을 살펴서 삽으로 흙을 파낸 뒤 뿌리를 알맞게 집어넣고 흙을 덮고 물을 주면 되지요. 큰나무 한 그루를 심자면, 큰나무를 얻으면 됩니다. 다만, 큰나무는 혼자 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계힘을 빌려야 할 수 있습니다. 큰나무가 들어설 땅을 찬찬히 살펴야 할 테지요.
그런데, 나무는 상품이나 물건이 아닙니다. 나무는 나무입니다. 나무 한 그루는 돈으로 심을 수 없습니다. 돈이 많대서 나무를 더 심는다든지, 돈으로만 헤아려서 나무를 심는다면, 나무도 사람도 함께 괴롭거나 고달픕니다.
나무를 심으려 한다면, 나무를 왜 심으려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나무 한 그루가 우리 삶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헤아려야 합니다. 나무 한 그루가 오래도록 뿌리를 내려서 오래도록 푸른 기운을 나누어 주는 얼거리를 살펴야 합니다.
..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한 거대한 등나무의 생명력을 믿어 보기로 했어요 .. (9쪽)
예부터 시골사람은 나무를 함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시골사람이 나무를 베는 때는 아주 드뭅니다. 첫째, 집을 지으려고 나무를 벱니다. 그리고, 집을 지으려고 나무를 베면, 나무를 벤 자리에 어김없이 새롭게 나무를 심어요. 집을 지을 만한 나무를 벨 적에는 으레 삼백 해라든지 오백 해라든지 즈믄 해를 살아온 나무를 베어요. 그래서, 나무를 한 번 벤 곳에서는 앞으로 삼백 해나 오백 해나 즈믄 해에 걸쳐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합니다.
다음으로, 옷장을 짜려고 나무를 벱니다. 집에서 쓸 여러 가지를 건사할 살림으로 삼으려는 뜻으로 나무를 베지요. 배를 무으려고 나무를 베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부터 이런저런 뜻으로 나무를 벨 적에는, 나무를 벤 만큼 꼭 새롭게 나무를 심습니다. 나무가 자라는 숲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도시사람은 나무를 함부로 다룹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하루아침에 밀어서 없앱니다. 아파트를 올리거나 공장을 세우거나 고속도로를 닦거나 발전소를 들이거나 호텔이나 관광단지를 두려고 숲을 마구 짓밟아요. 이렇게 숲도 나무도 짓밟으면서 나무를 다시 심거나 숲을 다시 가꾸지 않습니다. 그저 숲도 나무도 짓밟을 뿐입니다.
.. 등나무 가지는 다른 나무와 달리 가지가 뒤틀린 원통 모양이에요. 굵은 가지는 너비가 30센티미터나 되는 것도 있었어요. 조금 아까웠지만 과감하게 잘라냈지요. 그런데 가지의 단면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나이테 모양이 다른 나무와는 전혀 달랐거든요.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지요 .. (14쪽)
쓰카모토 고나미 님이 글을 쓰고, 이치노세키 게이 님이 그림을 그린 《큰 나무 옮기기 대작전을 펼치다》(웅진주니어,2008)를 읽습니다. 일본에서 ‘커다란 등나무’를 옮기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찬찬히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책끝에는 ‘나무와 숲’하고 얽힌 이야기를 한국사람이 붙입니다.
책이름처럼, 이 그림책은 ‘커다란 나무’를 옮기는 엄청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등나무 한 그루를 옮기려고 여러 해에 걸쳐서 차근차근 살피고, 등나무 한 그루를 옮겨서 심은 뒤 여러 해에 걸쳐서 다시 찬찬히 돌본 뒤, 비로소 이 나무를 사람들이 기쁘게 누리는 이야기를 보여주어요.
.. 아직 칼바람이 부는 추운 2월이라 흙 위에 보온용 볏짚을 넓게 깔았어요. 그리고 흙이 마르고 볏짚이 날아가지 않도록 뿌리 전체를 비닐로 덮었고요. 이렇게 해서 네 그루의 거대한 등나무는 총 2000여 명의 손을 거쳐 무사히 새로운 땅으로 옮겨 갈 수 있었지요 .. (37쪽)
일본에서 있었다는 ‘커다란 등나무 옮기기’는 참으로 대단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이 일을 하려고 돈을 얼마나 썼을까 생각해 보아도 대단하거나 놀랍지만, 이보다는, 나무 한 그루를 살피는 마음이 애틋합니다. 비록 일본도 정치나 사회나 경제로 보면, 다른 나라 숲을 엄청나게 망가뜨리는 일을 하지만, 일본 한켠에서는 나무 한 그루를 살뜰히 아끼거나 돌보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나무를 마구 괴롭히는 정치와 사회와 경제’가 있으나, 이와 함께 ‘나무 한 그루를 살가이 아끼거나 돌보려는 사람’이 함께 있을 테지요.
나무는 4월 5일에 심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이 벌이는 겉치레로는 나무가 자라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정치권력이 4월 5일에 나무를 심으라고 하면서, 막상 도시 재개발을 하든, 시골을 파헤쳐서 새로운 도시로 만들든, 나무를 얼마나 아무렇게나 베어서 없애는가를 바라보셔요. 그나마 시골마을과 숲에 농약을 얼마나 끔찍하게 뿌려대는가를 살펴보셔요.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나무를 많이 씁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쓰는 나무는 ‘한국에 있는 숲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닙니다. 다른 나라 숲에서 자라던 나무를 사들입니다. 나무로 짠 살림살이도, 나무에서 얻은 종이도, 한국사람은 나무를 대단히 많이 쓰면서 정작 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심거나 돌보거나 아끼려고 하는 마음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자동차를 세울 자리를 하나 마련하듯이 나무 한 그루를 심을 자리를 하나 마련해야지 싶습니다. 자동차가 다닐 찻길을 길게 닦듯이, 나무가 우거지는 숲이 아름답도록 마음을 기울여야지 싶습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