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431) 거동이 불편하다


남편은 지난해 여름 산에서 나무 베는 작업을 하던 도중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인권》(국가인권위원회) 2005년 7월호 32쪽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 몸을 쓰기 힘들다

→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

→ 일을 제대로 못 한다

→ 잘 다니지 못 한다

 …



  한자말 ‘거동(擧動)’은 “몸을 움직임”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실린 보기글로 “거동이 불편하다”와 “거동이 수상하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자말 ‘불편(不便)’은 “1. 어떤 것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거북하거나 괴로움 2.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괴로움 3. 다른 사람과의 관계 따위가 편하지 않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거동’은 한국말로 ‘움직임’을 가리키는 셈이고, ‘불편’은 ‘괴로움’이나 ‘거북함’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거둥이 불편하다”고 할 적에는 “움직이기 괴롭다”나 “움직이기 힘들다”는 소리입니다. “거동이 수상하다”라면 “움직임이 수상하다”나 “움직임이 아리송하다”는 소리가 될 테지요.


  움직이기 힘들다고 한다면, 몸을 쓰기 힘듭니다. 몸을 쓰기 힘들다고 한다면,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습니다. 몸을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면, 일을 제대로 못 합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는 몸이라면, 잘 다니지 못 할 테지요. 말결에 따라 우리 몸짓과 모습을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4338.8.28.해/4348.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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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지난해 여름 산에서 나무 베기를 하다가 다쳐 몸을 쓰기 힘들다


“나무 베는 작업(作業)을 하던 도중(途中)”은 “나무 베기를 하다가”로 손보고, “-한 상태(狀態)다”는 “-하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2) 시도 때도 없다


책을 가까이 하는 데 시와 때를 달리 가릴 것이 있을까만 옛 선비들을 본받아 아침 저녁으로 책과 벗삼을 가을, 한참 좋은 계절이다

《북새통》 2002년 11월호 18쪽


 시와 때를 달리 가릴 것이 있을까만

→ 때와 곳을 달리 가릴 까닭이 있을까만

→ 이것저것 달리 가릴 까닭이 있을까만

 …



  ‘時’라는 한자는 ‘때’를 나타냅니다. 한국말 ‘때’를 한자로 옮기면 ‘時’가 됩니다. 한국말 ‘때’를 영어로 옮기면 ‘time’쯤 될 테지요. 그러니까, “시와 때를 달리 가릴”처럼 적은 이 보기글은 한국말과 한자말(또는 중국말)을 섞어서 쓴 셈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처럼 흔히 쓰는 말투도 두 가지 말을 함부로 섞어서 쓰는 셈이고요.


  “시와 때를 달리 가릴 것이 있을까만”이든 “시도 때도 없이”는 똑같은 뜻을 나타냅니다. 한국말로 적자면 ‘늘’이나 ‘언제나’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만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만

 언제라도 할 수 있다만

 언제나 할 수 있다만

 늘 할 수 있다만


  한 마디로 아주 단출하게 할 수 있는 말인데, 굳이 한자말(또는 중국말)을 빌어서 겹말처럼 써야 할 까닭이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한국말 ‘늘’과 ‘언제나’가 있기도 하지만, ‘언제라도’나 ‘아무 때나’나 ‘어느 때라도’ 같은 말을 써도 잘 어울립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나 “아무 때나 곳이라도”처럼 적어도 잘 어울려요. “언제 어디에서나”라든지 “어느 때 어느 곳이라도”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4335.11.27.물/4348.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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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 하는 데 때와 곳을 달리 가릴 까닭이 있을까만 옛 선비를 거울로 아침저녁으로 책과 벗삼을 가을, 한참 좋은 철이다


“가릴 것이”는 “가릴 까닭이”로 손질하고, “옛 선비들을 본(本)받아”는 “옛 선비를 거울로”로 손질합니다. ‘계절(季節)’은 ‘철’로 고쳐씁니다.



시(時)

1. 사람이 태어난 시각

2. 하루 시간 길이를 스물넷으로 똑같이 나누었을 때, 언제가 그 가운데 하나임을 나타내는 말

3. 지질 시대를 나누는 단위. 세(世)보다 작은 단위

4. 차례가 있는 어느 시각을 이르는 말

5. 어떤 일이 일어날 상황이나 형편

6. 지난날, 밤낮을 열두 띠(간지)에 따라 열둘로 나눈 단위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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