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812) 희색이 만면


“어마! 그래?” 하며 희색이 만면했습니다 … 이 소식을 듣자 슈미트는 기쁨에 넘쳐

《잘츠만/김영만 옮김-엄마 아빠 똑바로 걸으세요》(을유문화사,1990) 217, 220쪽



 희색이 만면했습니다

→ 기뻐했습니다

→ 기쁜 얼굴이었습니다

→ 얼굴에 기쁨이 감돌았습니다

→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 얼굴에 기쁨이 넘쳤습니다

 …



  어릴 적부터 “희색이 만면하다”라는 말을 곧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랐고, 이러한 말을 둘레 어른들이 할 적에 어떤 느낌이로구나 하고 어렴풋하게 헤아리기만 했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뒤적입니다. ‘희색(喜色)’은 “기뻐하는 얼굴빛”을 뜻하고, ‘만면(滿面)’은 “온 얼굴”을 뜻하며, ‘만면하다(滿面-)’는 “얼굴에 가득하게 드러나 있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희색이 만면하다”는 “기뻐하는 얼굴빛이 얼굴에 가득하게 드러나 있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말뜻을 살피면 “희색이 만면하다”는 겹말입니다. “희가 만면하다”라고 적어야 옳아요. 그러나 ‘희색’이든 ‘희’이든 한국말이 아니지요. 두 낱말 모두 한자말이며, 한국사람이 알아보기 몹시 어렵습니다. “기쁜 빛이 얼굴에 가득하다”처럼 쓰든지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다”처럼 쓸 노릇입니다. 단출하게 ‘기뻐하다’라든지 ‘기뻐서 웃다’처럼 써도 됩니다. 4337.7.23.쇠/4348.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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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 그래?” 하며 기뻐했습니다 … 이 얘기를 듣자 슈미트는 기쁨에 넘쳐


‘소식(消息)’은 ‘알림’으로 바로잡아야 할 한자말이라 하는데, 이 보기글에서는 ‘얘기’나 ‘이야기’나 ‘말’로 손질하면 됩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597) 선망의 눈 (선망의 대상)


나도 그런 제도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 제도를 통해 시단에 나온 시인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터였지만, 선생님의 이 말씀에는 그저 당황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 말씀에서 은근히 자신과 용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신경림-한밤중에 눈을 뜨면》(나남,1983) 108쪽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 부러워하는

→ 부럽게 바라보는

 …



  한자말 ‘선망(羨望)’은 “부러워하여 바람”을 뜻한다고 해요. 그렇군요. 그러니까, “선망의 눈”이란 “부러워하는 눈”이고, “선망의 대상”이란 “부러운 대상”인 셈입니다.


  한국말 ‘부럽다’는 “나도 그렇게 하거나 얻거나 바라는 마음이 들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다”고 한다면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라든지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든지 “나도 그러하기를 바란다”를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아니, 이렇게 고쳐쓸 만합니다. “너는 그러하니까 좋겠다”나 “너는 그렇게 하니 부럽다”로 고쳐쓸 수도 있어요.


 선망의 대상이 되다

→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다

→ 남들이 부러워하다


  부럽다면 부럽게 바라보면 됩니다. 부러우니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부럽기에 가슴에 꿈을 품고 앞으로 더욱 기운을 내자고 다짐합니다. 부러운 사람을 바라보면서 내가 이제부터 일굴 삶을 한결 씩씩하게 마주합니다. 4335.12.3.불/4348.2.1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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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제도가 있는 줄 알았고, 그 제도로 시단에 나온 시인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터였지만, 선생님이 들려준 이 말씀에는 그저 멍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이 말씀에서 살며시 믿음과 기운을 얻기도 했다


“있는 것은 알고 있었고”는 “있는 줄 알았고”로 손보고, “그 제도를 통(通)해”는 “그 제도로”나 “그 제도를 거쳐”로 손보며, “바라보고 있는”은 “바라보는”으로 손봅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에는”은 “선생님이 들려준 이 말씀에는”이나 “선생님이 알려준 이 말씀에는”으로 손질하고, ‘당황(唐慌)하기만’은 ‘어찌할 바 모르기만’이나 ‘멍하기만’이나 ‘어쩔 줄 모르기만’으로 손질하며,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질합니다. ‘은근(慇懃)히’는 ‘살며시’나 ‘넌지시’나 ‘조금씩’으로 다듬고, “자신(自信)과 용기(勇氣)를 얻은 것도 사실(事實)이다”는 “믿음과 기운을 얻기도 했다”로 다듬어 줍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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