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24. 몸짓 하나마다



  몸짓 하나마다 사진입니다. 몸짓 하나마다 삶이니까요. 어떤 몸짓이든 기쁘고 사랑스럽습니다. 어떤 몸짓이든 내 따사로운 손길이 닿으면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삶이거든요. 글을 쓰고 싶으면 삶을 고이 바라보면 됩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삶을 가만히 마주하면 됩니다. 사진을 찍고 싶으면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면 됩니다. 내 삶이 내 사진이 되고, 내 사랑이 내 사진으로 드러나며, 내 꿈이 내 사진에서 피어납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내가 나를 마주하는 오늘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글을 씁니다. 내가 나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하루라면 늘 기쁘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립니다.


  작은 몸짓을 느낍니다. 큰 몸짓을 헤아립니다. 작은 몸짓에서 깨어나는 숨결을 느끼고, 큰 몸짓에서 일으키는 물결을 헤아립니다.


  커다란 종이에 뽑아야 더 커 보이는 사진이 아닙니다. 조그마한 종이에 뽑으니 더 작아 보이는 사진이 아닙니다. 사진은 모두 사진입니다. 더 작게 쓰는 사진이 없고, 더 크게 쓸 사진이 없습니다. 모두 즐겁게 찍어서 다 같이 즐거이 누리는 사진입니다.


  몸짓 하나를 읽으면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사진 한 장을 읽으면서 몸짓 하나를 다시 생각합니다. 몸짓 하나에서 사진 한 장이 태어나고, 사진 한 장을 보면서 몸짓 하나에 깃든 삶을 새롭게 생각합니다. 4348.2.11.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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