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14 파란 거미줄
영어 ‘웹(web)’은 “거미집”을 뜻한다고 합니다. 거미집은 ‘거미줄’과 같은 말입니다. 거미가 살기에 거미집일 텐데, 거미가 사는 집은 ‘줄을 쳐서 지은 집’이기에 ‘거미줄’이라고도 합니다.
‘블루 웹(blue web)’은 “파란 거미줄”이나 “파란 거미집”을 가리킵니다. 거미줄이나 거미집 빛깔을 ‘파랗다’는 느낌으로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거미줄이나 거미집은 처음에 어떠한 빛깔일까요?
비가 오거나 이슬이 맺히는 날 거미줄을 바라보면, 빗물 빛깔이나 이슬 빛깔하고 같은 거미줄 빛깔입니다. 흐린 날에는 흐린 빛이 거미줄에 어립니다. 밝거나 맑은 날에는 거미줄도 밝거나 맑아서 우리 눈에 잘 안 보입니다. 그리고, 파랗게 물든 하늘이 바다에 드리우면 바닷빛이 하늘빛을 닮아 새파랗게 바뀌듯이, 파랗게 물든 하늘빛을 거미줄이 받으면 “파란 거미줄”이 됩니다.
거미줄은 언제나 빛깔이 바뀝니다. 아니, 거미줄에는 따로 빛깔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거미줄은 그저 맑습니다. 거미줄은 모든 빛깔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빛깔로 된다고 할 만합니다. 이 가운데 우리는 “파란 거미줄”을 남다르게 바라보거나 새롭게 마주합니다.
다른 수많은 빛깔 가운데 “파란 거미줄”을 바라보는 까닭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파란 하늘은 지구별에 깃든 모든 목숨을 살리는 바람빛이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있어야 뭇목숨이 살아요. 밥을 먹지 않아도 뭇목숨은 살지만, 바람을 마시지 않으면 뭇목숨은 곧바로 죽습니다. 그러니까, 바람이야말로 뭇목숨한테 가장 대수로운 숨결입니다. 바람이 있을 때에 뭇목숨이 있고, 바람이 없을 때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바람을 마셔야 뭇목숨이 살듯이, 파란 하늘과 같은 파란 숨결이 될 때에 뭇목숨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이러한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왜 “파란 거미줄”인지 새롭게 짚을 수 있습니다.
거미줄은 거미가 스스로 뽑아서 짭니다. 거미 몸에서 나오는 실이 거미줄이 되고 거미집을 이룹니다. 거미는 제 몸에서 뽑은 실로 집을 지을 뿐 아니라, 이 실을 다시 몸에 넣어서 새로운 실을 뽑고 새로운 집을 짓습니다. 거미는 늘 새로운 무늬를 보여주는 새로운 집을 이룹니다. 그러니까, 거미는 제 삶을 언제나 새롭게 짓는 셈입니다. 거미줄은 ‘제 삶을 손수 새로 짓는 얼거리’를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거미는 거미줄을 뽑아서 새로운 집을 짓듯이, 우리는 우리 몸을 새롭게 짜서 새로운 기운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파란 거미줄”로 이루어진 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 몸에서 아프거나 다친 곳이 있을 적에 어떻게 다스리거나 고치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미는 ‘찢어진 거미줄’을 한 올 두 올 새롭게 먹은 다음, 새로운 줄을 뽑아서 새로운 집을 이룹니다. 우리는 우리 몸에서 다치거나 아픈 곳이 있으면, 이곳을 “새로운 파란 거미줄 같은 얼거리”로 다시 짜거나 엮어서 새로운 기운이 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기운을 어떻게 스스로 우리 몸에서 길어올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밥도 먹’지만, 무엇보다 ‘파란 바람’을 마시는 목숨이기 때문입니다. 파란 바람을 마시면서 파란 몸을 이루고, 파란 몸은 파란 춤을 추는 흐름을 타면서 새롭게 깨어납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흐릅니다. 파란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바람이 실어 나릅니다. 파란 몸인 사람들이 파란 몸짓이 되는 파란 춤을 추기에 파란 숨결이 흐르고, 파란 숨결은 하얀 꿈(생각 씨앗)을 실어 날라서 새로운 기운이 솟습니다. 4348.2.6.쇠.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