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571) 의견 충돌이 있다
불규칙한 정간, 압수 등이 밥먹듯 일어나는 상황에서 국장과 일선 기자와의 대립이랄까, 의견 충돌이 자주 있었던 것이다
《김정-화첩에 담긴 조선일보 풍경》(예경,2005) 34쪽
의견 충돌이 자주 있었던 것이다
→ 의견이 자주 부딪혔다 (?)
→ 생각이 자주 부딪혔다 (?)
→ 생각이 자주 어긋났다
→ 생각이 자주 엇갈렸다
→ 생각이 엇갈리는 일이 잦았다
→ 생각이 어긋나는 일이 잦았다
…
요즈음 퍽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투 “의견 충돌이 있다”입니다. 이런 말투는 어디가 말썽일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같은 말투는 워낙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쓰이거든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견 충돌이 있다”라든지 “의견이 있다”라든지 “충돌이 있다” 같은 말투는 한국사람이 예전에 쓴 적이 없는 말투입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서양말과 번역 말투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채 들어왔으니, 이런 말투는 바로 이무렵에 슬그머니 스며들어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사귐이 있다”나 “만남이 있다”나 “부딪침이 있다”나 “즐거움이 있다”나 “기쁨이 있다” 같은 말투까지 자꾸 나타납니다. 한국말다운 한국말은 자리를 못 잡고, 이도 저도 아닌 뒤숭숭한 말투가 끝없이 나타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충돌(衝突)’이라는 한자말 때문에 이 말투가 얄궂은지 아닌지 잘 못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말 ‘충돌’을 한국말 ‘부딪치다’나 ‘맞서다’로 풀어낸 다음에 생각해 보셔요. 그러면 “부딪침이 있다”나 “맞섬이 있다”가 되는데요, 한국사람은 ‘부딪쳤다’나 ‘맞섰다’처럼 말할 뿐입니다.
자동차 충돌
→ 자동차가 부딪힘 . 자동차가 박음
의견 충돌
→ 생각이 맞섬 . 생각이 엇갈림 . 생각이 어긋남
무력 충돌
→ 힘으로 부딪힘 . 힘으로 맞섬 . 툭탁거림
온건파와 개혁파의 충돌
→ 온건파와 개혁파가 부딪힘 . 온건파와 개혁파가 맞섬
무늬만 한글일 때에는 말 그대로 무늬만 한글입니다. 껍데기만 한글로 적는 글이 아니라, 속과 겉이 모두 알찬 한국말이 되도록 해야지요. 토씨만 한글로 붙이는 글이 아니라, 오롯이 한국말이 되도록 해야지요. 4339.6.27.불/4348.2.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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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간·압수가 밥먹듯 끝없이 일어나니, 국장과 기자가 자꾸 맞선다고 할까, 생각이 엇갈리는 일이 잦았다
‘불규칙적(不規則的)’이 아닌 ‘불규칙’으로 적으니 반갑지만, 이 또한 ‘끊이지 않는’이나 ‘끝없는’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등(等)’은 ‘들’로 고치면 되는데, 아예 덜어도 됩니다. ‘상황(狀況)’은 ‘흐름’으로 다듬을 낱말이지만, 이 또한 덜 수 있습니다. “국장과 일선(一線) 기자와의 대립(對立)”은 “국장과 기자가 맞선다”로 손질할 만하고, “자주 있었던 것이다”는 “자주 있었다”나 “잦았다”로 손질합니다. ‘일선 기자’는 “발로 뛰는 기자”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충돌(衝突) : 서로 맞부딪치거나 맞섬
- 자동차 충돌 / 의견 충돌 / 무력 충돌 / 온건파와 개혁파의 충돌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