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5) 의존
즉 모든 동물과 식물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13쪽
동물과 식물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에 의존해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있는 고요한 실타래에 따라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고요히 얽힌 그물에 맞추어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고요히 어우러진 사슬로 얽혀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촘촘히 엮인 거미줄에 따라
…
지구별에 있는 모든 목숨은 서로 얽힙니다. 이를 놓고 ‘사슬’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슬이라고 말할 적에는 ‘먹이사슬’로 이어집니다. 때로는 ‘거미줄’에 빗대기도 합니다. 뭇 목숨이 촘촘히 엮었기에 거미줄이라 할 만합니다. 때에 따라 ‘그물’이라고 합니다. 거미줄이나 그물이나 촘촘하거나 꼼꼼하게 얽힌 모습을 나타냅니다.
사슬이나 거미줄이나 그물은 잘 엮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잘 엮인 모습을 놓고 ‘어우러지다’나 ‘어울리다’라는 낱말로 가리키고,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균형’입니다.
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좋지 않다
→ 부모한테 지나치게 기대면 좋지 않다
→ 어버이한테 너무 기대면 좋지 않다
인간의 행동은 환경에 의존되어 있다
→ 사람은 환경에 기대어 행동한다
→ 사람은 환경에 맞추어 움직인다
→ 사람은 둘레 터전에 따라 산다
경력 사원의 선발이 단순히 외국어 실력에만 의존돼서는 안 된다
→ 경력 사원을 뽑을 때는 그저 외국어 솜씨만 보아서는 안 된다
→ 경력 사원은 그저 외국말 솜씨로만 뽑을 수 없다
→ 경력 사원은 한낱 외국말 솜씨만 보고 뽑을 수 없다
한자말 ‘의존(依存)’은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존 = 의지’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다시 살펴서 ‘의존(依支)’을 찾아보니, “다른 것에 몸을 기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존 = 의지 = 기댐(기대다)’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또 살펴서 ‘기대다’를 찾아보니, “몸이나 물건을 무엇에 의지하면서 비스듬히 대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존 = 의지 = 기댐(기대다) = 의지’인 셈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떤 낱말을 더 찾아보아야 할까요? 우리는 앞으로 어떤 낱말을 더 살펴야 ‘의존·의지·기댐(기대다)’가 어떤 낱말이요 말뜻인 줄 알아볼 수 있을까요?
한자말을 쓴다고 해서 잘못이 아닙니다만, 우리가 왜 한자말을 써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사람이 이 땅에서 쓸 낱말은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1.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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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모든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알 수 없게 얽힌 그물에 따라 살아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곧 모든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고요히 얽힌 실타래에 맞추어 살아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즉(卽)’은 ‘곧’이나 ‘그러니까’로 다듬고,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은 “짐승과 푸나무”로 다듬으며, ‘존재(存在)하는’은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미묘(微妙)하다’는 “뚜렷하지 않고 야릇하고 묘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미묘한 균형(均衡)에”는 “알 수 없는 사슬에”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에”나 “고요히 얽힌 실타래에”처럼 손봅니다.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事實)을”은 “살아가는 줄”이나 “살아간다고”나 “살아간다는 대목을”로 손질합니다.
의존(依存) :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
- 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좋지 않다 / 인간의 행동은 환경에 의존되어 있다
경력 사원의 선발이 단순히 외국어 실력에만 의존돼서는 안 된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