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손으로 쓰는 글



  글은 발로 쓰지 않고 손으로 쓴다. 어느 모로 본다면 발품을 팔아서 글을 쓰기도 하니, ‘글은 발로도 쓴다’고 말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글은 손으로 쓴다. 발로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가 발품을 팔아 아무리 온갖 곳을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눈’으로 온갖 모습을 볼 뿐, 발로는 온갖 모습을 보지 않는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발로는 삶을 겪는다. 발로 겪은 삶을 눈으로 맞아들이고, 마음으로 삭이고, 생각으로 걸러서, 머리로 꿈을 짓고는, 손을 놀려 글을 쓴다.


  글은 늘 손으로 쓸밖에 없다. 사람한테 있는 손이나 발이나 머리나 귀나 코나 가슴은 저마다 쓰임새가 있다. 어느 한쪽이 더 높은 쓰임새가 아니요, 어느 한쪽이 덜떨어지는 쓰임새가 아니다. 다 다르면서 다 같고, 다 재미있으면서 다 아름다운 몸이다.


  사람은 글을 쓰기 앞서까지 손으로 무엇이든 지었다. 흙을 짓거나 밥을 짓거나 옷을 짓는 일을 손으로 했다. 여기에 글을 보태어 글도 ‘짓’는다. 이 땅에 새로 나타나도록 하면서 글을 ‘쓴’다.


  글쓰기는 옮겨쓰기나 베껴쓰기가 아니다. 오직 내 삶을 바로 내 넋을 움직여 쓴다. 글쓰기는 남이 나한테 가르치지 못한다. 글쓰기는 내가 스스로 느끼고 배워서 쓴다. 그러니, 글은 늘 손으로 쓴다. 4348.1.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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