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사람들 스스로 책을 제대로 모르기에, 책방이나 도서관을 제대로 모른다. 왜냐하면, 스스로 삶을 짓지 않으면서 책만 붙잡으면 책을 모르기 때문이요, 스스로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책만 다루려 하면 책을 알 턱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가? 아니다. 책은 제대로 읽어야 한다. 학교 졸업장이 꼭 있어야 하는가? 아니다.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이야기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자, 그럼 생각해 보자. 도서관에 책이 많아야 하는가? 아니다. 제대로 된 책을 제대로 갖추면 된다. 도서관 ‘장서 숫자’는 그야말로 껍데기요 겉치레일 뿐이다. 사람들이 도서관에 많이 찾아와서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 아니다. 사람들이 도서관이라는 곳에 와서 책을 한 권조차 펴지 못하더라도, 마음을 쉬고 생각을 다스리면서 꿈을 새롭게 키울 수 있으면 된다.
도서관은 책과 함께 쉬는 곳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조용하다. 도서관은 책과 함께 노는 곳이다. 그래서 도서관은 왁자지껄하다. 도서관은 책과 함께 꿈꾸는 곳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사람들은 공책을 펴서 연필로 이녁 꿈을 가만히 적는다.
‘더 많은 책’이라든지 ‘더 넓은 터’라든지 ‘더 많은 대출실적’이라든지 ‘더 많은 방문자 숫자’처럼 껍데기와 겉치레에 사로잡힌다면, 이 나라 도서관은 그예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을 칠밖에 없다. 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도서관은 책을 읽으면서 삶을 읽는 넋을 가꾸는 곳이어야 한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