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08] 첫걸음과 새걸음
사람은 누구나 첫발을 내딛습니다. 첫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떼고 나서는 어떤 걸음을 뗄까요? 두 걸음일까요, 세 걸음일까요, 네 걸음일까요, 다섯 걸음일까요? 한겨레가 먼 옛날부터 쓰는 말을 돌아보면, ‘첫걸음’만 한 낱말로 삼아서 썼고, 다른 낱말은 굳이 한 낱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재미나지요. 그러면, ‘첫걸음’에서 끝일까요? 그럴 수 없을 테지요. 첫걸음에서 끝날 일은 없을 테지요. 처음을 지나면, 이제부터 모두 새롭습니다. 그래서, 우리 걸음은 꼭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첫걸음’이요, 다른 하나는 ‘새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뗀 사람은 이제부터 나아갈 새로운 걸음을 생각합니다. 첫걸음을 지나간 사람은 앞으로 늘 새롭게 걷습니다. 새로운 걸음은 새로운 삶입니다. 그러니까, 걷는 사람은 늘 새롭습니다. 새롭지 않다면 걸음이 아니고, 걸음이 아닌 걸음을 걷는다면 모두들 너무 괴롭고 고단합니다. 4348.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