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한테는 ‘쉬운 일’이나 ‘어려운 일’이 따로 없다. 내가 ‘하려는 일’이라면, 모두 할 수 있고, 내가 ‘안 하려고 하는 일’이면 모두 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쉬워서’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우리 스스로 ‘하려는 생각을 마음에 심을’ 때에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쉽다고 해서 할 수 있지 않고, 어렵다고 해서 할 수 없지 않다. 어려워서 못 하는 일이 아니라 ‘하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심지 않’기에 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쉬운 책을 읽어야 할까,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가? 두 가지 책 모두 읽을 까닭이 없다.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이 있으면 두 가지 모두 읽을 까닭이 없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을 마음에 심어서 삶을 가꾸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스스로 기운을 내게끔 이끄는 책이 바로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다.


  우리는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없다. 다만,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려고 읽는 책이 있을는지 모르고, 추천도서나 권장도서라서 읽을는지 모르며,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라서 읽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이런 책은 무엇인가? 이런 책을 읽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책들은 모두 ‘머리에 지식을 쌓아서 다시 지식을 쌓는 일’이나 머릿속에 철학과 사상과 관념과 가치판단을 심는 일이다. ‘머리에 지식 쌓기’는 ‘책읽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책읽기는 언제나 삶읽기이고, 삶읽기는 삶짓기로 나아가려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남이 읽는 대서 읽을 까닭이 없다. 남이 읽으라고 하니까 읽을 까닭이 없다. 남이 많이 읽으니 나도 읽어야 하지 않는다. 남이 안 읽으니까 오히려 읽겠다고 할 까닭이 없다.


  나는 오직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살펴서, 제대로 고르고, 제대로 읽은 뒤, 제대로 마음으로 삭이고 나면, 제대로 느끼셔,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슬기를 갈고닦아서, 제대로 삶을 짓는 길을 걸으면 된다. 어려운 책이나 쉬운 책을 읽을 까닭이 없고, 이름나거나 이름 안 난 책을 읽을 까닭이 없다. 4348.1.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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