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버스 현금 승차’ 거부
2015년 1월 15일 낮 네 시 반,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있는 버스터에서 271번을 기다린다. 망원역 쪽으로 가려 한다. 버스길을 살핀 뒤 다른 버스를 먼저 살핀다. 맞돈으로 버스삯을 내려면 얼마를 치러야 하는지 살피는데, 버스삯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글씨가 되게 작다. 코딱지보다 조금 크구나 싶은 저 글씨를 누가 알아보라고 이리 작게 붙였을까. 요새는 도시에서 교통카드 안 쓰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 이렇게 잔글씨로 붙일까. 1150원만 내면 되는지 1200원이나 1250원을 하는지 모르기에 1250원을 손바닥에 쥔다. 버스가 온다. 버스 일꾼한테 여쭌다. “망원역 쪽까지 가는 데에 얼마인가요?” “망원역 안 가요.” 어라? 내가 잘못 알았나?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해서 부랴부랴 내린다. 그러나, 내가 타야 하는 버스는 271번이 맞다. 나는 망원역에 가려는 길이 아니라 망원역 둘레로 가니까 그 언저리 다른 데에서 내리려고 271번을 기다렸다.
한참 기다리다가 올라타려다가 내린 버스는 저만치 사라진다. 어처구니없다고 뒤늦게 깨닫는다. 저 버스 일꾼은 무슨 마음으로 나를 버스에 안 받았을까? 택시를 타고 갈까 살짝 생각하다가 그냥 걷기로 한다. 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걷는다. 홍대 쪽으로 들어서는 길을 걷다가, 이쪽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가는 줄 알아챈다. 문득 고개를 들어 버스길을 살피니, 09번 마을버스가 내가 가려는 데까지 간다. 십 분쯤 기다리니 들어온다. 천 원짜리 종이돈을 돈통에 넣는다. 150원을 거슬러 준다. 4348.1.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