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801) 매일같이(매일처럼) 1
“어떤 경우에도 비굴하면 안 된다” 그 말을 매일같이 들을 무렵엔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김규항-비급 좌파》(야간비행,2001) 67쪽
그 말을 매일같이 들을 무렵엔
→ 그 말을 날마다 들을 무렵엔
→ 그 말을 늘 들을 무렵엔
→ 그 말을 으레 들을 무렵엔
→ 그 말을 하루가 멀다 하고 들을 무렵엔
→ 그 말을 수없이 들을 무렵엔
→ 그 말을 듣고 또 들을 무렵엔
…
한자말 ‘매일(每日)’은 한국말로 ‘날마다’나 ‘하루마다’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날마다’나 ‘하루마다’로 적으면 됩니다. ‘매일같이’라든지 ‘매일처럼’처럼 쓸 일이 없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됩니다. ‘날마다처럼’이나 ‘하루마다같이’와 같은 꼴로 말을 하는 일은 없습니다. “백 년을 하루같이”라든지 “즈믄 해를 하루처럼”과 같은 꼴로 말을 할 뿐입니다.
날마다 듣기에 ‘날마다’로 적습니다.날마다 듣지는 않고 자주 듣는다면 ‘자주’로 적습니다. 자주 듣되 거의 날마다 듣는다면 ‘거의 날마다’로 적습니다. 어떤 모습을 나타내려고 하는지 찬찬히 헤아리면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37.6.29.불/4348.1.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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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에도 굽히면 안 된다” 그 말을 날마다 들을 무렵엔 그 말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었다
‘경우(境遇)’는 ‘때’나 ‘자리’로 손질하고, ‘비굴(卑屈)하면’은 ‘굽히면’이나 ‘굽실거리면’으로 손질합니다. ‘온전(穩全)히’는 ‘제대로’나 ‘오롯이’로 손보고, ‘이해(理解)할’은 ‘알아들을’이나 ‘알’이나 ‘알아차릴’이나 ‘헤아릴’로 손봅니다.
매일(每日)
1. 각각의 개별적인 나날
- 황진이에 대한 집념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2. 하루하루마다
- 그는 매일 밤잠을 설쳤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456) 매일같이(매일처럼) 2
새들이 먹이를 찾으면서 내는 소리와 밤새 안녕한지를 묻는 소리가 매일처럼 나를 맞이한다
《남효창-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청림출판,2004) 머리말
매일처럼 나를 맞이한다
→ 날마다 나를 맞이한다
→ 언제나 나를 맞이한다
→ 늘 나를 맞이한다
…
‘매일’이라는 낱말을 쓰고 싶다면 쓸 노릇입니다. 그런데, 이 낱말을 쓰면서 한국말은 힘을 잃습니다. 왜 힘을 잃느냐 하면, 때와 곳과 흐름에 따라 다 다르게 쓰던 수많은 말마디가 설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늘·노상·언제나’는 뜻과 느낌이 조금씩 다릅니다. ‘날마다·나날이’는 같은 뜻이지만 느낌을 살짝 달리하면서 쓸 수 있습니다. ‘한결같이·꾸준히·자꾸’ 같은 낱말을 얼마든지 쓸 만하지만, 이런 낱말도 쓰임새를 잃습니다.
이 보기글을 실은 책에 붙은 이름은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입니다. 이처럼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숲으로 일하러 가는 분이라면 으레 아침에 갈 테지요. 그러니, “나는 아침마다 숲으로 간다”라든지 “나는 아침에 숲으로 간다”처럼 쓸 만해요. 말넋을 한 번 더 헤아릴 수 있기를 빕니다. 4338.11.9.물/4348.1.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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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먹이를 찾으면서 내는 소리와 밤새 잘 잤는지를 묻는 소리가 날마다 나를 맞이한다
‘안녕(安寧)한지를’은 ‘잘 잤는지를’이나 ‘잘 있었는지를’로 다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