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츰 쌓이는 책
책방마다 책이 쌓인다. 미처 팔리지 못한 책이 쌓이고, 아직 새로운 책손을 만나지 못한 책이 쌓인다. 누군가한테는 보물이라 할 만한 책이지만, 다른 누군가한테는 눈길조차 가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이 모든 책은 우리가 만든다. 읽힐 만한 값이 있다고 여겨 책 한 권을 빚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책 한 권을 엮는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보면 발 디딜 틈이 없이 빽빽하게 우거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제법 빽빽하게 나무가 자라는 듯싶지만, 쉰 해 백 해 오백 해가 흐르면서 조용히 쓰러져서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가 많다. 숲에는 오랫동안 이곳을 지키면서 푸른 숨결을 나누어 줄 나무가 남는다. 책방에 쌓이는 책 가운데에도 조용히 이곳에서 사라지면서 새로운 종이로 되살아날 책이 있을 테고, 이 모습 그대로 새로운 책손을 만나서 두고두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책이 있을 테지. 4348.1.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