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19. 언제 웃을까



  오늘 하루를 즐겁게 누리면, 오늘 찍는 사진에는 즐거움이 스며듭니다. 오늘 하루를 슬프게 보내면, 오늘 찍는 사진에는 슬픔이 스며들지요. 오늘 하루를 기쁘게 누리면, 오늘 찍는 사진뿐 아니라 오늘 마주하여 읽는 사진에서 기쁨을 깨닫습니다. 오늘 하루를 고단하게 보내면, 오늘 찍는 사진뿐 아니라 오늘 마주하여 읽는 사진에서 고단함을 엿봅니다.


  사진을 찍고 나누는 까닭은 달리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 마음이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 마음은 기쁨이 되거나 슬픔이 될 수 있는데, 어떤 마음이 되든, ‘찍은 이(작가)’와 ‘보는 이(독자)’가 서로 만나서 이야기 한 자락을 길어올릴 수 있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웃고 싶을 적에 웃습니다. 아무 때이든 웃고 싶다면 늘 웃습니다. 울고 싶을 적에 웁니다. 어느 때이든 울고 싶다면 언제나 웁니다. 웃고 노래하면서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울고 축 처져 동무한테 기대면서 사진을 찍거나 읽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지쳐서 시무룩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한 장에 고단함과 시무룩함이 물씬 뱁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늘 맑게 웃고 밝게 노래하는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겉보기로는 헐벗은 모습일는지 모르지만, 사진 한 장에 기쁨과 웃음과 노래가 가득 뱁니다.


  가난한 나라에 찾아갔기에 ‘가난’만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잘사는 나라에 찾아갔기에 ‘부자’만 사진으로 찍지 않습니다. 가난이나 부자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입니다. 사진은 겉모습을 찍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속모습을 함께 찍습니다. 사진이 문화가 되거나 예술이 되는 까닭은 겉모습만 찍지 않고 속모습을 함께 찍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겉으로 새롭게 드러나는 속모습을 엿보면서 이를 알뜰히 담아내어 보여주기에, 사진이 즐겁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진 한 장에 흐르는 이야기는 겉모습이 아닌 속모습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길어올리는 이야기는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입니다. 언제 웃을까요? 삶이 즐거워서 웃습니다. 언제 사진을 찍을까요? 스스로 삶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바로 이때에 찰칵 하고 한 장 찍습니다. 4348.1.1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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