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83) 득得 1


우리는 한 시간이 넘도록 득도 없는 실랑이만 계속했다

《이란주-말해요 찬드라》(삶이보이는창,2003) 116쪽


 득도 없는 실랑이만 계속했다

→ 얻는 것도 없는 실랑이만 거듭했다

→ 얻는 것 없이 실랑이만 자꾸 했다

→ 아무것도 못 얻고 실랑이만 이어졌다

→ 마냥 실랑이만 되풀이했다

→ 그저 실랑이만 할 뿐이었다

→ 덧없이 실랑이만 할 뿐이었다

 …



  외마디 한자말 ‘得’은 ‘소득’이나 ‘이득’을 뜻하는 말이라는군요. ‘소득’이나 ‘이득’은 무엇인가 하면 “도움이 되거나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득을 보다”는 ‘얻다’나 ‘가지다’나 ‘내 차지’ 같은 말마디로 다듬으면 됩니다.


 득을 보다

→ 얻다

→ 가지다

 배운 만큼 득이 된다

→ 배운 만큼 도움이 된다

→ 배운 만큼 좋다

 득보다 손실이 많다

→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 얻기보다는 잃었다


  외마디 한자말 ‘得’을 쓰면 무엇을 얻을 만할까 헤아려 봅니다. 이 외마디 한자말을 안 쓰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말 ‘얻다’와 ‘가지다’와 ‘차지하다’를 쓰면 넉넉하고, 글흐름에 따라 ‘좋다’나 ‘넉넉하다’를 넣을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얻는 것 없이” 실랑이만 했다고 하니, 이때에는 ‘마냥’이나 ‘그냥’이나 ‘그저’나 ‘덧없이’나 ‘부질없이’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4338.6.30.나무/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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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시간이 넘도록 마냥 실랑이만 거듭했다


‘계속(繼續)했다’는 ‘되풀이했다’나 ‘거듭했다’로 다듬습니다.



득(得) : 소득이나 이득

   - 득을 보다 / 배운 만큼 득이 된다 / 득보다 손실이 많다

소득(所得)

1. 일한 결과로 얻은 정신적, 물질적 이익

2. 일정 기간 동안의 근로 사업이나 자산의 운영 따위에서 얻는 수입

이득(利得) : 이익을 얻음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50) 득得 2


아무리 너한테 득이 되는 일이라도 스스로 납득하지 않은 일은 절대 하지 않잖아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47쪽


 득이 되는 일이라도

→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 얻을 것이 많은 일이라도

→ 좋은 일이라도

→ 괜찮은 일이라도

 …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사람한테는 ‘좋은’ 일입니다. 그 사람한테 좋은 일이라면 ‘괜찮은’ 일이나 ‘반가운’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괜찮거나 반가운 일이라면 ‘즐거운’ 일이나 ‘기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마디 한자말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차근차근 가지를 치면서 조금씩 느낌을 달리할 말을 찾을 수 있어요. 저마다 제 말씨를 살릴 만한 반가운 말을 헤아릴 수 있고, 그때그때 가장 알맞다고 느낄 말을 새롭게 곱씹을 수 있습니다. 4340.3.7.물/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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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너한테 좋은 일이라도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은 일은 죽어도 하지 않잖아


‘납득(納得)하지’는 ‘받아들이지’로 손보면 됩니다. ‘절대(絶對)’는 ‘무슨 일이 있어도’나 ‘죽어도’로 손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58) 득得 3


나는 득을 본 셈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엄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그렇지. 하지만 글쎄, 과연 네가 득을 본 걸까?”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하늘이 나눠 준 선물》(양철북,2005) 9쪽


 나는 득을 본 셈이다

→ 나는 뭔가 얻은 셈이다

→ 나한테는 좋은 셈이다

 네가 득을 본 걸까

→ 네가 뭔가 얻었을까

→ 너한테 좋을까

 …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으레 ‘得’이라는 외마디 한자말이 나타납니다. 한국사람도 이런 낱말을 으레 씁니다. 한 번 쓰고 자꾸 쓰면서 입과 손에 익습니다. 쓰다 보니 또 쓰기 마련이고, 거듭 쓰고 다시 쓰면서 어느새 말버릇이나 말투가 됩니다. 짤막한 한 마디입니다만, 차분히 돌아보면서 슬기롭게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1.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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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좋은 셈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자, 엄마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야 그렇지. 그런데 글쎄, 참말 너한테 좋을까?”


‘표정(表情)’은 ‘얼굴’이나 ‘낯빛’으로 손보고,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런데’로 손보며, ‘과연(果然)’은 ‘참말’로 손봅니다. “본 걸까”는 “보았을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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