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12.27.
: 놀이터로 달리는 자전거
-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면 어디로 가고 싶을까. 예전에는 바다였고, 여름에는 골짜기였는데, 이도 저도 아닌 때에는 놀이터이다. 예전에는 고흥에서 바닷가로 자주 놀러갔다. 그러나, 우리가 늘 가던 바닷가에 ‘광주교육청 청소년수련관’을 짓는다면서 숲과 바닷가를 몽땅 망가뜨리기 때문에, 더구나 이런 끔찍한 공사를 일삼으면서 커다란 짐차가 수없이 드나들기 때문에, 아예 그쪽으로는 발길을 끊는다. 모든 관광단지와 숙박시설과 수련관 따위는 ‘다른 고장에서 놀러오는 관광객’만 헤아린다. 이 고장에서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은 헤아리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토박이는 제 고향마을을 떠나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 놀이터로 달린다. 바람이 조용하고 볕이 따사로운 주말을 골라서 놀이터로 달린다. 여느 날에는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수업을 하니 못 가고, 주말을 골라서 볕과 바람이 모두 포근한 날에 놀이터로 달린다. 놀이터에 닿자마자 두 아이는 신을 벗고 웃옷을 벗는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웃옷을 수레에 포갠다. 양말차림으로 뛰놀다가, 나중에는 양말까지 벗는다. 멋진 아이들이다. 예쁜 아이들이다. 다 받아 주는 줄 알기에 이렇게 놀 수 있다. 거리끼지 않고 놀면 되는 줄 알기에 마음껏 뛰놀 수 있다.
- 두 시간이 조금 못 되게 놀고 집으로 돌아간다. 겨울해는 짧고, 이제 돌아가서 밥을 먹을 때가 되었으니까. 발바닥 모래를 털고 손과 낯을 씻긴다. 두 아이는 얼마나 잘 놀았는지 서로 갈마들면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손과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면소재지 가게에 들른 뒤 집으로 달린다. 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최종규 . 2015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