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2) -의 : 밤의 어둠


이 질문이 팽팽한 밤의 어둠을 뚫고 한 발의 총알처럼 날아들어 파스칼의 가슴을 때렸다. 파스칼은 코조가 잠든 줄 알았다. 조금 전 코조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벌써 이렇게 깊은 잠에 빠졌나 싶어 놀라지 않았던가

《샐리 그린들리/정미영 옮김-나쁜 초콜릿》(봄나무,2012) 7쪽


 팽팽한 밤의 어둠을 뚫고

→ 팽팽한 밤을 뚫고

→ 팽팽한 어둠을 뚫고

→ 팽팽하고 어두운 밤을 뚫고

 …



  밤은 어둡습니다. 어두울 때에 늘 밤은 아니지만, 밤은 어둡습니다. 다만, 도시에서라면 밤에도 밝을 수 있을 테지요. 그래서 “어둔 밤”처럼 따로 적어야 하기도 합니다. 보름달이 밝다면 “밝은 밤”이라 할 수 있을 테고요. 이 보기글에서는 “팽팽하고 어두운 밤을 뚫고”처럼 적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의’를 네 군데나 씁니다. 짤막한 글월에 자꾸 ‘-의’를 넣습니다.


 한 발의 총알처럼

→ 총알 한 발처럼

→ 총알처럼


  총알 한 발이 날아듭니다. “한 발의 총알”이 아닙니다. “한 권의 책”이나 “한 잔의 물”처럼 적으면 잘못이듯이, “한 발의 총알”로 적으면 잘못입니다. 한국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는 “총알 한 발”처럼 적지 않고 “총알처럼 날아들어”로 적으면 한결 매끄럽습니다.


  우리 몸 가운데 어느 한 곳을 가리킬 적에는 “아버지 어깨”나 “어머니 가슴”이나 “누나 머리카락”이나 “동생 손목”처럼 적습니다. 사이에 ‘-의’를 안 넣습니다. “파스칼의 가슴”이 아니라 “파스칼 가슴”으로 적어야지요. 이 보기글에서는 “가슴”이라고만 적어도 돼요.


  그리고 “코조의 고른 숨소리”가 아니라 “코조가 고르게 내는 숨소리”입니다. “아버지의 먹는 밥”이 아니라 “아버지가 먹는 밥”이고 “어머니의 옅은 웃음”이 아니라 “어머니가 옅게 짓는 웃음”입니다. ‘-의’를 아무 데나 넣으면 한국말이 일그러질 뿐 아니라, 뜻이나 느낌을 제대로 못 살립니다. 4347.12.30.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말이 팽팽하고 어두운 밤을 뚫고 총알처럼 날아들어 가슴을 때렸다. 파스칼은 코조가 잠든 줄 알았다. 조금 앞서 코고가 내는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벌써 이렇게 깊은 잠에 빠졌나 싶어 놀라지 않았던가


“이 질문(質問)이”는 “이 말이”로 손보고, “파스칼의 가슴을 때렸다”는 “파스칼 가슴을 때렸다”나 “가슴을 때렸다”로 손봅니다. 글흐름에서 ‘파스칼’이 어떤 마음인가를 들려주는가 하고 밝히니 이 대목에서는 덜어도 됩니다. “조금 전(前)”은 “조금 앞서”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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