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타 - 2단계 문지아이들 6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66


 

너랑 같이 놀면 즐겁구나

― 마디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김라합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5.3.28.



  바람이 부는 날 창문을 열면 바람소리가 훅훅 들어옵니다. 눈을 감아도 바람소리가 들리고, 눈을 떠도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바람소리는 온몸을 감돌면서 흐릅니다.


  바람이 자는 날 마당에 서면 바람결에 묻어나는 햇볕을 느낍니다. 햇볕이 이리 포근하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햇볕 한 줌이 있어서 풀과 나무가 살고, 풀벌레와 새가 살며, 사람이 뭇짐승과 이웃이 되어 사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별이 돋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부십니다. 환한 별빛을 마주하면서 눈이 부십니다. 저 먼 별은 지구로 고운 빛을 나누어 줍니다. 지구에 있는 우리도 저 먼 별한테 고운 빛을 나누어 줄 테지요. 우리는 서로 고운 빛을 나누는 아름다운 동무이자 이웃이 될 테지요.



.. 마디타는 이러면서 리사벳의 팔을 깨문다. 아프지 않게 살짝. 그러면 리사벳은 마디타가 간지럼을 태우기라도 한 양 까르르 웃는다 … “오늘 뭘 했냐니까?” 엄마가 다시 물었다. “우리 옷을 빨았어요.” 마디타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엄마 아침 가운도요…… 잘했죠?” “마르가레타!” 엄마 입에서 마디타의 진짜 이름이 튀어나왔다 ..  (16, 37쪽)



  끙끙 앓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몸이 다 나아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몸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어납니다. 마음속으로 찬찬히 헤아려요. 나는 튼튼하다고 헤아리고, 내 몸은 눈부시게 튼튼하다고 헤아리며, 내 마음과 몸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답게 튼튼하다고 헤아립니다.


  끙끙 앓으면서 내 몸이 튼튼하다고 헤아리면 온몸이 비틀립니다. 더 아픕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아픈 기운이 천천히 빠져나가요. 아프고 나면 늘 새로운 몸이 된다고 느껴요. 아픈 뒤에는 언제나 다른 몸과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다시 태어나려고 앓는지 모릅니다. 새롭게 거듭나려고 끙끙 앓는구나 싶어요. 예부터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란다고 했는데, 나는 마흔 줄이 넘는 나이에도 ‘아프면서 새로 자란다’고 느낍니다. 왜냐하면, 내 나이가 열 살이건 스무 살이건 마흔 살이건 여든 살이건, 이렇게 몸을 쓰면서 하루를 맞이한다면, 나는 내 삶을 잇는 동안 한결같이 자라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목숨인 밥을 먹으면서 내 목숨을 건사하기도 하지만, 내 목숨을 늘 새롭게 바라보기에 하루하루 누립니다.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쬐면서 내 몸을 돌보기도 하지만, 내 마음자리를 언제나 새삼스레 살피기에 하루하루 맞이합니다.



.. 리사벳은 마디타한테서 옷과 신발을 물려받는다 … “나도 소풍 가고 싶어. 산에 올라가서 버터빵 먹고 싶단 말이야!” 서럽게 우는 리사벳을 보자, 마디타는 동생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풍은 우리끼리도 갈 수 있어.” 마디타가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서만 소풍 가자.” … 리사벳도 이따금 사다리를 오르지만 제일 아래 칸까지만 올라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지붕 위에 앉아야 한다. 리사벳은 신이 나면서 한편으로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소풍이란 원래 그런 거려니 생각했다 ..  (56, 58, 63쪽)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글을 쓰고, 일론 비클란드 님이 그림을 그린 《마디타》(문학과지성사,2005)를 읽습니다. 읽고 나서 다시 읽습니다. 읽은 뒤에 또 읽습니다. 마디타라는 아이가 지구별 가운데 스웨덴이라는 나라에서 날마다 무엇을 하며 노는가 하고 가만히 헤아립니다. 지구별 한쪽에서 마디타라는 아이가 날마다 새롭게 논다면, 지구별 다른 한쪽에서는 어떤 아이가 날마다 어떤 놀이를 즐기면서 하하 웃고 히히 노래하며 호호 춤출까 하고 헤아립니다.



.. 마디타와 리사벳은 사내아이들과 달랐다. 두 아이는 경치를 실컷 즐겼다. 닐손 씨네 부엌만 들여다보지 않고 고개를 사방으로 돌려 가며 경치를 구경했다. 지붕 위에서 보니 강물이 저 멀리 굽이를 도는 데까지 보이고, 물 위로 가지를 축 늘어뜨린 수양버들도 보였다 … 마디타는 말없이 먹기 시작했다. 조용히 앉아서 와플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넣었다. 속눈썹에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오늘이 슬픈 날이기는 하지만 와플과 코코아는 맛있었다 ..  (71, 93쪽)



  우리는 모두 놀면서 자랍니다. 놀지 않고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가야 자라지 않습니다. 교과서나 문제집을 펴야 배우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릴 적부터 마음껏 뛰놀 때에 자랍니다. 우리는 어버이 곁에서 어깨너머로 이모저모 살피기에 배웁니다.


  땅을 박차면서 구릅니다. 무릎이 깨지고 얼굴이 긁힙니다. 이마가 찢어지고 팔다리를 접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치는 몸은 어느새 낫습니다. 다치면 다치는 대로 새롭게 놀고, 나으면 낫는 대로 기운차게 놉니다.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 어버이 곁에서 숲을 사랑하고 가꾸는 아이가 자랍니다. 바다를 껴안으며 아우르는 어버이 곁에서 바다를 껴안으며 아우르는 아이가 자랍니다. 얼음을 가르고 냇물을 가로지르는 어버이 곁에서 얼음을 가르고 냇물을 가로지르는 아이가 자랍니다.


  오늘 우리 어른은 무엇을 할까요? 오늘 우리 어른은 어디에서 지낼까요? 오늘 우리 어른은 날마다 어떤 삶을 지을까요? 오늘 우리 어른은 마음속으로 무엇을 생각할까요?



.. 마디타도 자기가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착한 마음일 때의 느낌이 참 좋았다. 또 더 이상 소풍 생각을 하며 슬퍼하지 않는 것도 느낌이 참 좋았다 … 마디타는 한숨을 쉬면서 신문을 내려놓았다. 아빠는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데, 그런 아빠가 이렇게 재미없는 신문을 만든다는 게 이상했다 … 엄마랑 아빠가 같이 아이들 방에 와 있으니 참 좋았다. 마디타는 엄마랑 아빠를 오래오래 곁에 붙잡아 두고 싶었다 … 엄마는 이제 큰딸에게 갔다. 아무리 큰딸이라고 해도 마디타는 잠을 잘 때는 작아 보였다. 작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  (99, 105, 110, 111쪽)



  아이들은 무엇이든 모두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둘레 어버이와 다른 어른이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봅니다. 아이들은 또래 동무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몸짓을 보여주는지 찬찬히 살펴봅니다.


  아이가 컴퓨터게임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든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게 한대서 나쁜 짓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삶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사랑을 물려주지 못할 때에 바보스러운 짓이 됩니다. 아이를 자가용에 태워서 놀러 다녀도 즐겁지요. 꼭 아이와 손을 잡고 걷거나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야 하지 않아요. 아이와 도란도란 말을 섞으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올바른 말’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올바른 넋’으로 들려줄 때에 즐겁습니다.


  우리 어른은 누구나 스스로 즐겁게 놀고 일하면서 삶을 누려야 하고, 우리 아이는 저마다 스스로 기쁘게 놀고 배우면서 삶을 지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 번 태어나 누리는 이 삶이란 오직 아름다움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두 아이가 얼마나 의젓하게 걷고 있는지 엄마가 보았더라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 “엄마, 엄마는 뭘 제일 갖고 싶어요?” “아주아주 착하고 사랑스런 두 딸.” 엄마가 대답했다. 그 순간 마디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럼 리사벳이랑 저는 어디로 가라고요?” 엄마는 마디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설명해 주었다. 엄마가 바라는 것은 다른 아이들이 아니라고. 엄마는 마디타와 리사벳이 지금처럼 착하고 사랑스럽게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  (120, 190쪽)



  어린이문학 《마디타》에 나오는 마디타라는 아이는 말괄량이나 개구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디타는 그저 마디타입니다. 마디타는 그저 아이입니다. 마디타는 그저 사람입니다. 마디타는 그저 지구별 푸른 숨결입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마디타를 사랑스레 바라보셔요. 그리고 우리 둘레에 있는 모든 아이를 사랑스레 바라보셔요.


  아이들 누구나 마음껏 뛰놀도록 해 주셔요. 골목에서도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마당에서도 아이들이 저마다 온몸을 신나게 움직이면서 뛰놀도록 해 주셔요.


  놀면서 자라는 아이일 때라야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놀이를 알며 자라는 아이일 때라야 이웃과 동무를 아끼는 넋을 키웁니다. 놀이동무를 사귀면서 까르르 웃고 스스로 노래하는 아이일 때라야 지구별에 푸른 바람이 싱그럽게 붑니다.



.. 강이 얼었다는데 꾸물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 오늘 날씨가 참 아름답다고, 꼭 노래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런 날씨에는 누구나 아주 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았다 … 마디타와 리사벳은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 방 창문 밑에서 있노라면 두 아이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창문 밑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비쩍 마른 사내아이였다. 사내아이의 뻣뻣한 금발머리가 어둠 속에서 언뜻언뜻 빛났다 ..  (194, 196, 287쪽)



  나는 내 동무와 놀면서 즐겁습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과 놀면서 즐겁습니다. 나는 내 이웃과 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기쁩니다. 나는 우리 집 아이들한테 밥 한 그릇 차려서 함께 먹으며 기쁩니다. 삶은 온통 즐거움이요, 사랑은 숱한 기쁨입니다. 삶은 늘 노래요, 사랑은 언제나 웃음입니다.


  환하게 웃는 어른이 되어요. 맑게 노래하는 아이를 보살펴요. 사랑스레 춤추는 어른이 되어요. 아름답게 꿈꾸는 아이를 돌봐요. 4347.12.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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