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마을 고양이마을 1
카나코 나나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42



이 겨울에 고양이는

― 항구마을 고양이마을 1

 나나마키 카나코 글·그림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2.3.15.



  옛날에는 집마다 아궁이가 있고 대청마루가 있습니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집이 따스합니다. 불기운은 집을 덥힐 뿐 아니라, 대청마루 아래쪽도 포근하게 감쌉니다. 비나 바람을 그을 수 있는 대청마루 아래쪽에서 벽과 맞닿은 자리는 따스하면서 아늑한 자리라 할 만합니다. 옛날에는 따로 개집을 만들지 않아도 개가 대청마루 밑에서 지냅니다. 집에 개를 두지 않으면 마을고양이가 슬금슬금 찾아와서 대청마루 밑에서 지냅니다. 때로는 굴뚝 둘레에서 지내고, 나무를 쌓은 곳에서 잠자리를 찾지요.



- “괜찮아. 겁먹을 거 없어. 사람들 시선보다 고양이 시선이 편해서 온 것뿐이니까.” (9쪽)

- “난 꿈을 이루었는데 이게 진짜 내가 바라던 삶이었을까?” (14쪽)

- “고마워, 위로해 줘서.” “위로? 그런가? 근데 나도 따뜻한 게 좋아.” (15쪽)





  오늘날 도시에서는 고양이가 깃들 만한 데가 없다시피 합니다. 골목집이라면 보일러가 있는 헛간 둘레에서 잠을 잔다지만, 아파트만 있는 곳에서는 어느 곳에도 깃들이기 어렵습니다. 높다란 건물만 가득한 시내 한복판에서도 고양이가 쉴 곳이 없습니다.


  골목동네는 살림이 가난한 사람이 모이는 동네라고도 하지만, 들고양이가 동네고양이나 골목고양이가 되어 함께 지낼 만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사람과 고양이에다가 참새와 박새와 직박구리도 쉴 자리를 얻거나 먹이를 얻을 만한 삶자리이기도 합니다.



- “난 이제 어떡하면 좋아? 넌 아니?” “글쎄? 나도 마녀와 살아 본 적이 없어서. 하지만 어쨌든 넌 무척 외로워 보이니까 내가 여기 있어 줄게.” (36쪽)

- ‘딱 한 번이었대.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칸나는 마음에도 없는 방법으로 빵을 구한 거야.’ (63쪽)





  우리 집에 깃드는 마을고양이가 꽤 많습니다. 어미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도 우리 집 이곳저곳에서 잠을 잡니다. 처마 밑에 있는 제비집에는 여름 내내 제비가 살지만,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참새와 딱새가 깃듭니다. 참으로 조그마한 시골집이지만, 이 시골집을 둘러싸고 여러 목숨이 옹기종기 모여서 지냅니다.


  볕이 좋은 어느 날에는 마을고양이가 섬돌에 앉아서 꾸벅꾸벅 잡니다. 마당으로 나가다가 그만 고양이를 밟을 뻔하기 일쑤입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이 마을고양이를 낳은 어미와 그 어미와 그 어미와 그 어미를 찬찬히 헤아리면 아주 먼 옛날부터 이 마을에서 살았을 수 있습니다. 먹이가 있고 보금자리로 삼을 만한 터가 된다 싶어서 우리 집에 머물 수 있지만, 참말 먼 옛날부터 이곳이 저희 고향일 수 있어요.


  지난해에도 그렇고 지지난해에도 그렇고 올해에도 그렇지만, 마을고양이가 하루 내내 우리 집에서 얼쩡거리니, 들쥐나 생쥐가 천장을 기어다니는 소리는 뚝 끊어집니다. 마을에서 쥐를 구경하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개구리나 뱀도 고양이 냄새를 맡고 쉽사리 가까이에 안 올는지 모릅니다.



- “잠깐만. 왜 내가 당신한테 내 노래에 대한 비판을 들어야 하지? 돈을 받고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옛날엔 그랬을지 몰라도, 이젠 노래 같은 거 안 불러. 목소리도 안 나오고, 지금은 그저 볼품없는 호텔의 오너일 뿐.” (95쪽)

- “쥐떼는 도망 나온 게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지.” (112쪽)





  나나마키 카나코 님이 빚은 만화책 《항구마을 고양이마을》(대원씨아이,2012) 첫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양이는 ‘가시내’한테만 달라붙습니다. 항구마을에서 사는 고양이는 꼭 한 사람만 골라서 이 사람이 숨을 거두는 날까지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하루를 누립니다. 이 사람이 숨을 거두면 다시 새로운 ‘사람 짝’을 찾아서 기다립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로는 고양이가 사람보다 짧게 살다 죽습니다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양이한테는 ‘아홉 목숨’이 있습니다. 무척 오랫동안 ‘사람이 살아가는 흐름’을 지켜봅니다. 사람이 가꾸는 문화를 들여다보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을 바라봅니다.


  고양이가 바라보기에 사람은 어떠한 목숨이라 할 만할까요. 전쟁을 일으키거나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저마다 어떻게 보일까요. 집을 짓거나 글을 쓰거나 밥을 짓는 사람은 저마다 어떻게 보일까요. 흙을 일구거나 고기를 낚거나 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저마다 어떻게 보일까요. 양복을 차려입거나 수수한 옷차림으로 지내거나 겉멋을 뽐내거나 마음을 착하게 가꾸는 사람은 저마다 어떻게 보일까요.



- “‘굴뚝청소부’를 만지면 그날 하루는 행복해진다는 게 진짜예요?” “그래, 맞아. 왜냐하면 ‘굴뚝청소부’는 마을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직업이니까.” (123∼124쪽)

- “앞으로도 계속 꽃을 가꿀 거예요.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또 행복이 찾아올 수 있게.” (186쪽)



  겨울바람은 차갑고, 차가운 겨울바람은 사람한테나 고양이한테나 똑같이 차갑습니다. 이 겨울에 고양이한테 밥 한 그릇 나누어 주는 사람이 있을 테고, 이 겨울에 ‘사람 이웃’조차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은 어떠한 모습일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노래하고 꿈꾸는 길은 어떠한 모습으로 빛날까 헤아려 봅니다. 마음에 따사로운 사랑을 씨앗으로 심는 사람은 고양이하고 말을 섞습니다. 마음에 맑은 이야기를 품는 사람은 고양이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양이하고 말을 섞는 사람이라면 나무하고도 말을 섞을 테지요. 고양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면 들꽃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테지요. 나무와 들꽃하고도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면, 이웃하고 즐거이 어깨동무할 수 있을 테지요. 4347.12.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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