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없음"을 나타내는 두 가지 낱말 '캄캄하다'와 '어둡다'는
어떻게 뜻이나 느낌이나 쓰임새가 다를까요?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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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하다·어둡다
→ 빛이 없어서 제대로 볼 수 없을 적에 ‘어둡다’라 합니다. 빛이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있으면 ‘밝다’입니다. ‘캄캄하다’는 빛이 없고 아주 까맣기에 아무것도 안 보일 적에 씁니다. ‘어둡다’는 빛깔이 짙거나 검은빛에 가까울 적에도 쓰고, 슬픔이나 걱정이 가득하여 마음이 무거운 모습을 가리키며, 눈으로 잘 못 보거나 귀로 잘 못 듣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캄캄하다’는 꿈을 끌 수 없는 모습과 잘 알지 못하는 모습을 더 가리키는데, 이때에는 ‘어둡다’라는 낱말도 함께 씁니다.
캄캄하다 (> 깜깜하다)
1. 아주 까맣기에 아무것도 안 보이다
- 이렇게 캄캄한 데에서 촛불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찾을까
- 캄캄한 데에서는 눈을 감고 느낌으로 발을 천천히 내딛으면 돼
- 해가 진 숲은 훨씬 캄캄하다
2. 꿈을 꿀 수 없이 힘겹거나, 앞날을 볼 수 없이 끔찍하다
- 오빠가 아끼는 사진기를 떨어뜨려서 망가진 탓에 눈앞이 캄캄하다
- 자꾸 걱정만 하니까 더 캄캄하지
- 캄캄한 앞날에 한 줄기 빛이 비춘다
3. 속내를 잘 알지 못하다 (어리석다)
- 시골에서 산 적이 없어서 시골에서 하는 일은 아직 캄캄해요
- 바탕이 되는 것을 모르니 다른 것도 캄캄할 수밖에 없지
- 캄캄절벽 . 캄캄벼랑
어둡다
1. 빛이 없거나 여려서 제대로 볼 수 없다
- 어두운 방에 숨어서 너희들 무엇을 하니
- 그믐달에는 밤길이 한결 어둡습니다
- 해가 지는 줄도 모르는 채 어두운 골목에서 더 뛰놀았어요
2. 불빛이 매우 여려 제대로 비추지 못하다
- 등불이 어두우니 전구를 갈아야겠어요
- 이쪽 길은 등불이 있어도 늘 어둡더라
3. 빛깔이 짙거나 검은빛에 가깝다
- 이쪽은 어두운 빨강을 썼고, 저쪽은 밝은 빨강을 썼어요
- 오늘은 어두운 옷이 잘 어울릴 듯해요
- 그림을 너무 어둡게 그리지 않았을까
4. 슬픔이나 걱정이 가득하거나 마음이 무겁다
- 걱정이라도 있는 듯이 하루 내내 어두운 얼굴이네
- 옆집 아이는 많이 어두워 보여
- 어두운 집안을 바꾸고 싶어서 한결 밝게 웃으면서 노래합니다
5. 꿈을 꿀 수 없이 힘겹거나, 앞날을 볼 수 없이 끔찍하다
- 아무리 어두운 나날이어도 마음속에 사랑을 품으면 다시 기운을 낼 수 있다
- 어두운 나라에서도 밝은 이야기를 빚어 노래한 분들이 있어요
- 가난한 살림은 앞으로도 어두울 듯하다
6. 눈이 잘 안 보이거나 귀가 잘 안 들리다
- 할머니는 눈이 어두워서 책을 못 읽으시니 내가 옆에서 읽어 줍니다
-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서 조금 크게 말해야 하지요
7. 속내를 잘 알지 못하다 (어리석다)
- 너는 도시내기라 시골에 어둡고, 나는 시골내기라 도시에 어둡지
- 서울은 워낙 넓고 어수선해서 서울사람도 서울 길에 어둡기 마련이에요
- 이웃나라에 굶는 동무가 있었다니 여태 너무 캄캄하게 지냈구나
8. 어떤 것을 혼자서 지나치게 가지려고 하다
- 학급 반장 자리에 눈이 어두워서 동무를 괴롭히거나 윽박질렀구나
- 돈에 눈이 어두워서 나쁜 짓을 저지르지 마셔요
9. 못 미덥거나 엉큼하거나 나쁘다
- 어두운 꿍꿍이로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궁금하군
- 지나간 어두운 그림자는 떨치고 이제부터 밝고 새롭게 살면 됩니다
10. 사람이나 사회가 올바르게 깨지 못하다
- 네 어두운 눈을 뜨게 하려고 함께 봉우리에 오르자고 했어
- 나쁜 짓이 그치지 않는 어두운 사회를 밝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종규 . 2014 - 새로 쓰는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