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배우기 (사진책도서관 2014.12.2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살고 싶은 곳에서 산다고 느낀다. 참말 그렇다. 스스로 살고 싶은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아파트이든 골목집이든 시골집이든 다세대주택이든 관사이든 어디이든, 저마다 스스로 살고 싶은 곳이 보금자리가 된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살고 싶은 곳에서 꿈을 꾸고 사랑을 짓는다. 더 나은 보금자리는 없고, 덜떨어지는 삶터는 없다. 어디에서든 스스로 꿈을 꾸면서 사랑을 지으면 된다.


  누군가는 서울로 가서 산다. 누군가는 서울이라는 데가 천만이 넘는 사람이 바글거려서 싫다 하지만 그냥 서울에서 산다. 누군가는 서울이라는 데가 사람이 많아서 좋다고 여긴다. 누군가는 아무튼 서울에 있어야 무엇이 되든 된다고 여긴다. 서울에 이토록 사람이 많이 몰리는 까닭은, ‘아무튼 서울에 있어야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기 때문이지 싶다. 그러면 왜 시골에는 사람이 적을까? 시골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적기 때문이고, ‘아무튼 시골에 있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주 많기 때문이지 싶다.


  나는 한동안 ‘어디에서 살든 스스로 마음을 슬기롭게 다스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지옥이나 천국은 따로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스스로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어디이든 즐거운 보금자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아직 그대로 있다고 느낀다. 다만, 어디에서 살든 마음을 가누기 마련이지만, ‘어디에서 사느냐’ 하는 대목이 사람한테는 몹시 크구나 하고 새롭게 배운다.


  바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무엇을 늘 보면서 생각할까? 도시 한복판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무엇을 늘 보면서 생각할까? 좁고 퀴퀴한 집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무엇을 늘 보면서 생각할까? 싸우는 어른들과 안 웃고 노래 안 하는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무엇을 늘 보면서 생각할까?


  어디에서 살든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디에서 사느냐’에 따라 마음바탕이 달라진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마음바탕을 고치거나 손질하거나 추스를 수도 있는데, 마음껏 뛰놀며 자랄 어릴 적에 어떤 삶터와 터전과 보금자리를 일구느냐에 따라 아이들 마음바탕은 사뭇 달라진다. 그리고, 어른도 마음바탕이 사뭇 달라진다.


  아름답다는 책만 읽는대서 생각이 달라지거나 거듭나지 않는다. 아름답다는 책은 어디에서 읽든 아름답기는 매한가지일 테지만, 숲에서 읽을 적과 시골에서 읽을 적과 고속버스에서 읽을 적과 공장에서 읽을 적과 감옥에서 읽을 적과 아파트에서 읽을 적은 늘 다르다. 고속버스에서 아름답다는 책을 읽은 뒤에 무엇을 하는가? 공장이나 회사나 아파트에서 아름답다는 책을 읽은 뒤에 무엇을 하는가? 감옥에서 아름답다는 책을 읽은 뒤에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책만 읽는가, 아니면 삶을 짓는가? 우리는 책만 읽고 끝낸 뒤 다른 책을 또 찾아서 읽으려고 하는가, 아니면 책을 읽고 덮은 뒤 새롭게 되새기면서 삶을 새롭게 짓는 길로 나아가려고 하는가?


  시골에서 살며 흙을 만지거나 가꿀 수 있으니 즐겁기도 하지만, 흙을 제대로 못 만지거나 살뜰히 못 가꾸더라도, 늘 흙을 바라보고 흙내음을 맡을 수 있다. 내가 심은 나무도 있으나 다른 사람이 심은 나무도 있다. 새와 벌레와 나비는 언제나 찾아와서 노래를 베푼다. 내가 손수 지은 삶에서 태어나는 이야기가 있는 한편, 나한테 사랑스레 다가와서 노래하는 숨결이 있다.


  아이들한테 물려줄 것이란 바로 오늘 내가 이곳에서 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물려받으면서 기뻐할 것이란 바로 오늘 내가 이곳에서 새롭게 짓고 가꾸면서 기뻐하는 것이다. 도서관이든 땅이든 숲이든, 어버이로서 먼저 스스로 누리고 짓고 가꾸는 삶이 있어야 한다. 별빛과 겨울 찬바람을 느끼면서 이 모두를 아이들과 누리면서 찬찬히 물려주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헤아린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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