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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동생이라 좋겠다 ㅣ 아이스토리빌 3
아이하라 히로유키 지음, 아다치 나미 그림, 김정화 옮김 / 밝은미래 / 2009년 11월
평점 :
맑은 어린이책 76
언제나 사랑받는 줄 알겠니
― 넌 동생이라 좋겠다
아이하라 히로유키 글
아다치 나미 그림
김정화 옮김
밝은미래 펴냄, 2009.11.5.
풀이나 나무한테는 왼쪽이나 오른쪽이 없습니다. 잎이 있고 줄기가 있습니다. 꽃이 피고 뿌리가 뻗습니다. 왼잎이나 오른잎이 아닌 잎일 뿐이고, 왼가지나 오른가지가 아닌 가지일 뿐입니다.
새를 보면 왼날개와 오른날개가 있다 할 만하고, 사람을 보면 왼손과 오른손이 있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 왼쪽이고 어느 쪽이 오른쪽일까요? 앞에서 볼 때와 옆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에, 어느 쪽이 왼쪽이로 어느 쪽이 오른쪽일까요?
가만히 보면, 새는 날개가 있으니 날 뿐입니다. 사람한테는 손과 발이 있을 뿐입니다. 이쪽과 저쪽으로 가를 것이란 없습니다. 오롯이 있는 몸이고, 오롯이 깃드는 숨결이며, 오롯이 흐르는 마음입니다.
.. 오늘은 엄마의 생일. 유타는 엄마 생일에 하려고 마음먹은 일이 있어요. 몰래 선물을 사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 주는 거예요. 무엇을 살지도 정해 두었어요. 바로 케이크예요 .. (9쪽)
먼저 태어나기에 언니가 된다지만, 언니 자리에 있든 동생 자리에 있든 똑같이 아이입니다. 어버이가 있으니 아이요, 아이는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서 새로운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습니다. 모든 아이한테는 어버이가 있을 뿐 아니라, 모든 아이는 새로운 어른이 되면서 아이를 둡니다. 그리고, 모든 어른과 아이는 똑같이 사람입니다. 똑같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우면서 따사로운 목숨입니다.
언니라서 더 사랑스럽지 않고, 동생이라서 더 사랑스럽지 않습니다. 언니가 더 아름답거나 동생이 더 아름답지 않습니다. 둘은 저마다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둘은 똑같이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답습니다.
아이를 여럿 낳은 어버이는 언제나 ‘모든 아이가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열 손가락을 깨물면 열 손가락이 모두 아프다는 말은 괜히 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가 똑같이 사랑스러우면서, ‘다 다르게’ 사랑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으로 마주할 적에는 똑같이 사랑스럽고, 다 다른 숨결인 줄 느끼면서 마주할 적에는 다 다른 숨결답게 빛나는 넋이기에 다 다르게 사랑스럽습니다.
.. 정류장에 닿자, 마침 버스가 오고 있었어요. 둘은 얼른 버스에 올라탔어요. “오빠!” “응.” “오빠랑 둘이 버스 타는 거 처음이다, 응?” .. (17쪽)
아이하라 히로유키 님이 글을 쓰고, 아다치 나미 님이 그림을 넣은 어린이문학 《넌 동생이라 좋겠다》(밝은미래,2009)를 읽습니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차분하게 흐릅니다. 어디에서나 볼 만한 모습이 가만히 흐릅니다. 다만, 사랑이 자라는 집에서만 흔하게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피면서 믿는 보금자리에서만 즐겁게 볼 만한 모습입니다.
사랑이 자라는 집에서 언니가 동생을 아끼고, 동생이 언니를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집에서 언니가 동생을 사랑하며, 동생이 언니를 믿고 따릅니다. 어버이가 서로 보듬으면서 아끼는 집에서 언니와 동생이 사이좋게 놉니다. 어버이가 서로 사랑하고 돌보는 보금자리에서 언니와 동생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끌고 다독입니다.
.. 옥신각신하는 두 아이를 보고 있던 점원 누나가 말했어요. “얘들아, 이 케이크는 어떠니? 그러면 사탕하고 케이트 둘 다 살 수 있는데…….” 점원 누나가 가리킨 것은 세모난 조각 케이크였어요. 딸기가 얹혀 있기는 해지만 너무 조그마해서 엄마가 배불러 할 것 같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모모는 사탕 깡통을 쥔 채 꼼짝도 않고 유타를 노려보고 있었어요 .. (40쪽)
이야기책 《넌 동생이라 좋겠다》에 나오는 오빠는 동생을 성가시게 여깁니다. 어느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동생을 더 귀여워하는 듯이 생각합니다. 아직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니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동생을 더 귀여워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큰아이(오빠)는 덜 귀여워할 수 있을까요?
큰아이는 나이를 먹고 몸이 튼튼히 자라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늡니다. 큰아이는 제법 심부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버이는 큰아이를 찬찬히 지켜봅니다. 큰아이한테는 일부러 손을 덜 뻗지 않습니다. 큰아이가 스스로 제 삶을 가꾸거나 짓도록 조용히 지켜볼 뿐입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서 앞으로 어느 때가 되면 모든 삶을 혼자 지어야 할 테니, 큰아이는 동생과 달리 혼자 해내면서 몸과 마음으로 익혀야 할 일이 있습니다.
동생은 아직 어리니 이모저모 손이 많이 갑니다. 동생은 앞으로도 손이 많이 가야 할 테고, 큰아이가 나서서 돌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큰아이는 마치 개구리처럼 올챙이 적을 모를 수 있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동생처럼 하루 내내 어버이 손길을 받으면서 모든 것을 어버이한테 맡기던 때가 있은 줄 알아차리리라 봅니다.
.. 모모는 다른 때보다 아주 작아 보였어요. 아주 가냘퍼 보였고요. 누가 지켜 주지 않으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았어요. 하긴 모모는 이제 겨우 네 살이고 … 유타는 한 발 한 발 터벅터벅 걸었어요. 모모가 아기였을 때 이렇게 모모를 업고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엄마가 감기에 걸렸을 때 모모의 기저귀를 갈아 준 적도 있었어요 .. (53, 57쪽)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사랑받습니다. 너도 나도 언제나 사랑받으면서 이제껏 살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사랑합니다. 너도 나도 언제나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를 모두 골고루 사랑하면서 여태껏 살았습니다.
사랑하면서 사랑받습니다. 사랑받으면서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지는 않고, 사랑받는 만큼 사랑하지는 않습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사랑하고,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도록 사랑받습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이끕니다. 나이도 있고 힘도 있으며 슬기와 사랑이 있으니 작은아이를 이끌 수 있는 큰아이입니다. 작은아이는 큰아이를 바라보면서 하루하루 새롭고 즐겁습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마주보면서 하루하루 새롭게 헤아리고 즐겁게 짓습니다. 서로 돕기에 기쁘고, 함께 이곳에 씩씩하게 서기에 웃고 노래합니다. 4347.12.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어린이문학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