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토끼풀은 눈벼락



  시골에서 살며 내 땅과 이웃집을 바라본다. 내 땅이라고 할 적에는 내가 숨을 쉬면서 뿌리를 내리는 곳이라는 뜻이고, 이웃집이라고 할 적에는 이웃집이 가꾸거나 일구는 곳이라는 뜻이다. 내 땅에서 내 손길을 받는 풀과 꽃과 나무를 바라보며, 이웃집 논밭에서 이웃집 손길을 받는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바라본다.


  고흥이라는 곳은 겨울에도 참으로 포근하기에 봄꽃이 겨울에 피어나기도 한다. 오늘날은 겨울에 봄꽃을 본다고 할 텐데, 지난날에는 겨울이 아닌 가을에 봄꽃을 만났으리라 느낀다. 날씨와 철이 흔들리면서 바뀌기에 봄꽃이 겨울꽃도 되는구나 싶다. 이리하여, 토끼풀꽃은 봄꽃이면서 겨울꽃도 된다. 봄에는 나날이 길어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춤추던 토끼풀꽃인데, 겨울에는 나날이 짧아지는 겨울햇살에 으슬으슬 떨다가 그만 눈벼락까지 맞는다.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봄에 피는 들꽃이니 제법 쌀쌀한 겨울바람도 너끈히 견딘다고 하지만, 눈벼락은 몹시 고되리라 본다. 뿌리 끝까지 시리지는 않니? 씨주머니가 얼어붙지는 않니? 앞으로도 봄꽃이면서 겨울꽃으로 한 해에 두 차례 피고 지려 한다면, 너희는 눈벼락도 견딜 만큼 튼튼한 몸이 되어야 한다. 이 차가운 눈벼락을 너희 몸에 잘 새겨서 너희가 맺는 씨앗한테 물려주렴. 더욱 씩씩한 아이가 태어나 한결 야무지게 들판을 밝히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씨앗에 아로새기렴. 4347.12.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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