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강추위



  읍내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부른다. 택시 일꾼은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는 ‘광주’를 잣대로 날씨를 알리는 방송이 흐른다. 그래, 여기는 전라남도일 테니까. 경상남도라면 부산을 잣대로 날씨를 알릴 테고, 경상북도라는 대구를 잣대로 날씨를 알릴 테며, 충청남도라면 대전을 잣대로 날씨를 알릴 테지. 경기도라면 어디를 잣대로 날씨를 알릴까? 광주에서는 -4℃이니 -5℃이니 할 즈음, 택시에 뜨는 바깥 온도는 +5℃이다.


  겨울이 되면 전남 고흥과 서울 사이에는 10도가 넘게 벌어진다. 내 어버이가 사는 충북 음성과 전남 고흥 사이라든지, 곁님 어버이가 사는 경기 일산과 전남 고흥 사이는 적게는 12도에서 많게는 15도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날이 춥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많이 벌어진다. 게다가 인터넷에 나오는 날씨 정보를 볼 적에도 ‘고흥’이라고 하면 ‘고흥 읍내’가 되고, ‘고흥군 도화면’이라 해도 ‘도화면 소재지’일 뿐이다. 면소재지와 마을은 퍽 다르다. 이래저래 따져도 면소재지보다 마을이 한결 포근하다. 왜냐하면, 시골자락 마을은 볕바른 데에 있다. 논과 밭을 일구는 시골자락 마을이니 볕이 잘 들지 않는 데에 마을이나 집이 있을 턱이 없다. 면소재지도 볕이 제법 드는 곳이지만 마을처럼 볕이 들지는 않는다. 이러다 보니 도시와 시골 사이는 겨울에도 추위가 사뭇 다를 뿐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날씨는 훨씬 크게 다르겠지. 눈이 쏟아진다거나 냇물이 꽝꽝 얼어붙는다는 이야기가 마치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문득 한 가지를 떠올린다. 도시에도 숲이 있다면, 도시에도 넓게 들과 숲과 멧골이 있다면, 우람한 나무가 빽빽한 숲이 찬바람을 가려 주면서, 집집마다 고운 겨울볕을 받아 포근할 수 있다면, 겨울도 덜 추우면서 오붓하게 지낼 만하지 않을까. 우리 식구가 인천에서 살 적에 골목동네를 살피면, 골목집은 참으로 조그맣지만 서로 알맞게 볕을 나누어 가지고 어깨를 기대면서 한겨울에도 꽤 따스했다. 높은 집이 없으니 칼바람이 부는 데가 없고, 나즈막한 집이 겹겹이 잇닿으니 포근한 바람이 동네에 감돌면서 참으로 괜찮았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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