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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원의 식사 ㅣ 눈빛사진가선 5
김지연 지음 / 눈빛 / 2014년 11월
평점 :
찾아 읽는 사진책 198
수수한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사진
― 삼천 원의 식사
김지연 사진
눈빛 펴냄, 2014.11.25.
아이들한테는 삼천 원이든 삼천만 원이든 삼천조 원이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장난감 하나가 대수롭고, 함께 놀 동무와 이웃이 대수로우며, 맛난 밥 한 그릇이 대수롭습니다. 느긋하게 쉴 집과 기쁘게 꿈을 꿀 잠자리가 반가우며, 생각을 열도록 이끄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이 재미있습니다.
삼천 원짜리 책이든 삼만 원짜리 책이든 아이들한테는 똑같습니다. 삼천 원짜리 인형이든 삼천만 원짜리 인형이든 아이들은 인형을 물에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며 모래밭에서 함께 뒹굴며 소꿉놀이를 하는 장난감이나 벗님이 됩니다. 헌 이불을 덮든 새 이불을 덮든 새근새근 잠들 수 있으면 포근합니다. 오래된 집이든 커다란 호텔이든 꿈나라로 빠져들 수 있으면 살가운 보금자리입니다.
전주에서 ‘서학동사진관’을 꾸리는 김지연 님이 전주를 발판으로 삼아서 만난 이웃 이야기를 《삼천 원의 식사》(눈빛,2014)라는 이름을 붙여 사진책으로 선보입니다. “삼천 원의 식사”라 했지만, “삼천 원짜리 밥”이 되기도 하고, “삼천 원어치 밥”이 되기도 합니다. “삼천 원으로 꿈꾸는 밥”이라든지 “삼천 원으로 나누는 사랑”이 되기도 해요.
김지연 님은 “천 원어치 붕어빵을 사면서, 혹은 이천 원짜리 두부 한 모를 사면서 그들에게 모델을 서 줄 것을 간청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장사를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때로는 뜨거운 국사발을 나르는 늙은 주인장 앞에서 단 2초의 시간을 할애받는다.” 하고 속삭입니다. 김지연 님이 찍은 사진에 나온 분들은 ‘모델’이 되었다고 하지만, 모델이라기보다는 ‘이웃’입니다. 전주에서도 볼 수 있고,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고흥에서도 사귈 수 있는 이웃입니다.
이웃을 찍은 사진인 《삼천 원의 식사》이고, 이웃이 누리는 삶을 보여주는 사진인 《삼천 원의 식사》이며,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는 사랑을 사진으로 들려주는 《삼천 원의 식사》입니다.
김지연 님은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지체할 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물이 식을까 봐, 국수가 불을까 봐 걱정을 한다.” 하고 소근거립니다. 어쩌면, 김지연 님은 자존심이라는 대목을 걱정하거나 마음을 쓰셨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자존심이란 대수롭지 않아요. 서로 아끼는 마음이면 되고, 서로 보살피는 손길이면 됩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면 넉넉하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면 아름답습니다.
사진책 《삼천 원의 식사》를 낳은 사진기는 어떤 사진기일까요? 값비싼 사진기를 썼을까요? 그럭저럭 쓸 만한 사진기를 썼을까요? 제법 값이 싼 사진기를 썼을까요? 어떤 사진기를 쓰든 다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낳을 수 있으면 어떤 사진기를 쓰더라도 사진이 즐겁고, 이야기를 낳지 못하면 어떤 사진기를 쓰더라도 사진이 따분합니다.
양은 그릇에 국밥을 팔든 질그릇에 떡국을 팔든 나무그릇에 붕어빵을 올리든 하나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국밥을 먹습니다. 우리는 그릇을 먹지 않습니다. 우리는 떡국을 먹는 사람이지, 질그릇을 먹는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읽을 뿐, 사진기를 읽거나 살피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김지연 님은 “할머니는 처음엔 사양하더니 이내 보따리를 이고 따라왔다. 그이는 뜨거운 장터국수 국물을 마시며 ‘아, 맛있네!’ 하고 중얼거렸다. 양은 국수 그릇을 움켜 든 두 손은 손톱이 닳고 살결은 거칠었다. 삼천 원짜리 식사가 이런 것일 수도 있구나 하고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하고 귀띔합니다. 저잣마실을 하다가 만난 할매하고 장터국수 한 그릇을 함께 나누었다고 해요. 저잣거리 할매는 국수 한 그릇에 “아, 맛있네!” 하고 말씀하셨대요.
사진책 《삼천 원의 식사》는 “아, 맛있네!”를 노래하고 싶습니다. 사진책 《삼천 원의 식사》는 “아, 즐겁네!”를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사진책 《삼천 원의 식사》는 “아, 고맙네!”를 서로 나누면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사진은 늘 이곳에 있습니다. 사진은 늘 이곳에 수수한 이웃과 함께 있습니다. 사진은 늘 이곳에 수수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는 내 손에 있습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