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16) 속의 5


걸상 셋과 방석 하나 그리고 책상 둘에 3면에 놓인 서가 속의 약간의 책이 전부다

《윤형두-책이 좋아 책하고 사네》(범우사,1997) 28쪽


 서가 속의 약간의 책

→ 책시렁에 둔 책 몇 권

→ 책시렁에 놓은 책 얼마

→ 책시렁에 있는 얼마 안 되는 책

 …



  보기글을 보면 “서가 속의 + 약간의 책” 꼴입니다. ‘-의’를 두 차례 넣어서 책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책은 “서가 속에” 있을 수 없습니다. 책은 책시렁에 놓거나 책꽂이에 꽂습니다. 책시렁 ‘속’에 놓거나 책꽂이 ‘속’에 꽂지 않습니다. 먼저 ‘속’을 덜면서 ‘-의’까지 털어냅니다. 다음으로 “약간의 책”인데, 책을 이렇게 세지 못합니다. “약간 있는 책”이나 “조금 있는 책”이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책시렁에 조금 있는 책”이라 하거나 “책시렁에 몇 권 둔 책”으로 고쳐써야지요. 4340.6.13.물/4347.12.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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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상 셋과 방석 하나와 책상 둘에 세 군데 책시렁에 조금 둔 책이 모두이다


“3면에 놓인 서가(書架)”는 “세 면에 놓인 책시렁”으로 손볼 수 있지만, “세 군데 벽에 놓은 책시렁”으로 손보면 한결 낫고, “세 군데 책시렁”처럼 한결 깔끔하게 손볼 만합니다. “약간(若干)의 책”은 “조금 둔 책”이나 “얼마 안 되는 책”으로 손질합니다. ‘전부(全部)’는 ‘모두’나 ‘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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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641) 속의 10


아내가 환상 속의 여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속의 아내를 부족함이 드러날수록 그런 아내를 더욱 사랑합니다

《최일도-이 밥 먹고 밥이 되어》(울림,2000) 91쪽


 환상 속의 여인이

→ 꿈누리 가시내가

→ 꿈나라 아가씨가

→ 꿈에서 보는 가시내가

→ 꿈만 같은 아가씨가

 …



  꿈에서 보거나 꿈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꿈에만 있는” 사람입니다. 눈앞에 없는 사람입니다. 함께 살지 않는 사람입니다. 내 곁에 없는 사람이요, 내 둘레에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반갑게 맞이할 만한 사람을 꿈으로 그릴 수 있고, 애틋하게 느끼고픈 사람을 꿈으로 찾을 수 있으며, 사랑을 나누고픈 사람을 꿈에서 헤매며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꿈누리’나 ‘꿈나라’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현실 속의 아내

→ 곁에 있는 사람

→ 옆에 있는 사람

→ 가까이 있는 사람

→ 함께 있는 사람


  꿈에서 보는 사람이 있고, 오늘 이곳에서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꿈나라 가시내가 있고, 곁에 있는 가시내가 있습니다. 꿈에서 보는 아가씨가 있으며, 함께 있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어디에서 누구를 보든 똑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자리에서 누구와 만나든 마음을 열어 사랑으로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곁에서 서로 아끼고, 함께 있는 이곳에서 기쁘게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2.1.5.달/4347.12.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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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님이 꿈나라 가시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 함께 있는 곁님이 모자라 보일수록 이런 곁님을 더욱 사랑합니다


‘환상(幻想)’은 이곳에 없는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현실(現實)’이란 바로 오늘 이곳에 있는 무엇인가를 가리킵니다. 이 보기글에서 가리키는 ‘환상’은 ‘꿈’이나 ‘꿈나라’이지 싶고, ‘현실’은 ‘내 곁’이나 ‘나와 함께 있는’을 나타내지 싶습니다. ‘여인(女人)’은 ‘가시내’로 손보고, “부족(不足)함이 드러날수록”은 “모자자 보일수록”이나 “아쉬워 보일수록”으로 손봅니다. ‘아내’라는 낱말은 그대로 써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내’는 집 안쪽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이니, ‘곁님·옆님·곁지기·옆지기’처럼 서로 곁이나 옆에서 함께 있거나 지키는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고쳐서 쓰는 쪽이 앞으로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사내 쪽에서나 가시내 쪽에서나 서로 가리키거나 부를 적에는 어느 한 사람이 ‘집 안쪽에만 있는 사람’이거나 ‘집 바깥쪽에만 있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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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83) 속의 12


곡초보다 생명력이 훨씬 끈질긴 잡초와 같다고 할까? 신문 기사 속의 용례를 살펴보자

《이수열-이수열 선생님의 우리말 바로 쓰기》(현암사,2014) 342쪽


 신문 기사 속의 용례

→ 신문 기사에 나오는 보기

→ 신문 기사 보기

→ 신문에 나오는 보기

→ 신문글 보기

 …



  신문을 펼치면 “신문에 있는 보기”를 살핍니다. 한국말사전을 펼치면 “사전에 나온 보기”를 살핍니다. 책을 펼치면 “책에 실린 보기”를 살핍니다. 신문 속이나 사전 속이나 책 속이 아닙니다. 신문에 있고 사전에 있으며 책에 있습니다. 또는 ‘나오다’나 ‘실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4347.12.1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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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보다 목숨이 훨씬 끈질긴 풀과 같다고 할까? 신문글에 나오는 보기를 살펴보자


‘곡초(穀草)’는 “갖가지 곡식 풀의 이삭을 떨고 남은 줄기”라고 하는데, 시골에서 이런 한자말을 쓰는 사람을 아직 못 봤습니다. 시골에서는 누구나 ‘짚’이라 할 뿐입니다. ‘생명력(生命力)’은 ‘목숨’으로 손보고, ‘잡초(雜草)’는 ‘들풀’이나 ‘풀’로 손보며, ‘신문 기사(記事)’는 ‘신문글’로 손봅니다. ‘용례(用例)’는 ‘보기’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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