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논둑에 주홍서나물



  우리 집 바로 앞에 논이 있다. 이웃 할매와 할배가 일구는 논인데, 논둑 한쪽에 주홍서나물이 찬바람을 맞으며 한 줄기 우뚝 섰다. 너는 어떤 숨결이니. 너는 어떤 꿈을 속에 품었니. 너는 한겨울에 찬바람 이기면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터뜨리고 싶구나.


  나물이 아닌 풀이란 없다. 약풀이 아닌 풀이란 없다. 흙을 살리지 않는 풀이란 없다. 풀은 풀 스스로 흙을 가꾸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푸르게 보듬는다. 어떤 사람은 ‘귀화식물’을 따지지만, ‘배추’나 ‘감자’나 ‘고구마’나 ‘고추’도 귀화식물이다. ‘양파’나 ‘토마토’는 귀화식물이 아니겠는가. 한국사람이 그토록 많이 마시는 커피를 남녘 바닷가나 제주섬에서 심어 기르기도 하는데, 커피는 귀화식물이 아닌가. 귤 말고 오렌지는, 또 멜론은, 또 이것은 저것은 그것은 귀화식물이 아니고 무엇인가.


  ‘나물’인 주홍서나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겨울 논둑은 아무도 풀베기를 안 하니까 부디 이 찬바람을 딛고 서서 씨앗까지 힘껏 퍼뜨리렴. 4347.12.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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