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놈들
고흥으로 찾아온 손님과 밥을 나누다가 마지막에 문득 “부산일보 놈들”이라는 말마디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왜 이런 말이 튀어나올까. 그곳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입에서 한 번 튀어나온 말은 주워담지 못한다. 쏟은 물은 다시 담지 못한다. 곰곰이 헤아려 본다. 부산에 있는 〈부산일보〉에 있는 어느 기자가 여러 해 앞서 내 사진을 훔쳐서 쓴 적이 있다. 훔쳐서 쓰면서 되레 배짱을 퉁겼다. 제 사진이 아닌 다른 사람 사진이면서 몰래 썼고, 미안하다는 뜻도 없고 ‘사진 사용삯’조차 내지 않았다.
열 해쯤 앞서 〈한겨레〉와 〈경향신문〉과 〈씨네21〉 기자도 내 사진을 저희 신문에 쓰면서 ‘사진 사용삯’을 치르지 않았다. 〈경향신문〉 기자는 내 사진을 빌린 뒤 잃어버렸다면서 안 돌려주기까지 했다. 〈아주경제〉라는 신문에 있는 기자는 내 사진에 ‘기자 이름’을 떡하니 붙여서 마치 그 사진이 그 기자 것이라도 되는 양 신문에 싣기도 했다. 참으로 딱하며 쓸쓸한 일인데,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기자하고는 사귀지 말아야 하는구나 하고 느꼈고, 기자라는 자리에서 휘두르는 권력이란 참 바보스럽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일이 있어도 내가 그 기자들을 “아무개 놈들”이라 할 까닭은 없다. 이런 말을 뱉는 사람이 잘못이다. 여느 때에 늘 사랑으로 마주하자고 스스로 외치면서, 막상 나 스스로 사랑이 아닌 비아냥이나 거친 말을 내뱉는다면, 내가 걷는 길이란 무엇이 될까.
한 마디 말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 노릇이다. 아니, 한 마디 말에도 사랑을 담을 노릇이다. 한 줄 글에도 사랑을 실을 노릇이다. 그들도 나한테 사랑스러운 이웃 가운데 하나인 줄 제대로 느끼자. 그들도 이 지구별에서 함께 숨을 쉬는 이웃인 줄 제대로 헤아리자. 4347.12.1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