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권리가 있어! 뚝딱뚝딱 인권 짓기 1
인권교육센터 ‘들’ 지음,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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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내가 나한테 선물하는 이야기

― 뚝딱뚝딱 인권짓기

 인권운동사랑방 글

 윤정주 그림

 야간비행 펴냄, 2005.4.13

 (‘책읽는곰’에서 2011∼2012년에 두 권으로 다시 펴냈다)



  2005년에 《뚝딱뚝딱 인권짓기》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오고, 2011∼2012년에 《나도 권리가 있어!》와 《우리가 바꿀 수 있어!》로 나누어 다시 나온 이야기책은 초등학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이 나라에서 가장 푸대접을 받거나 내동댕이쳐지기도 하거나 짓밟히기도 하는 ‘인권’을 다룹니다. 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고, 내 생각을 밝히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다루고, 깨끗하고 즐거운 곳에서 살고 싶은 꿈을 이야기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없이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 어깨동무하는 삶을 이야기하며, 그늘진 곳이 없기를 바라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전쟁 아닌 평화를 바라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위아래가 따로 없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너와 내가 걷고 싶은 길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겨야 내가 산다’는 생각이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들어요.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예요. 운동장이 없는 학교에서부터, 교실은 공부만을 위한 공간일 뿐, 아이들이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  (104∼105쪽)



  오늘날 한국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엄청나게 시달립니다. 집에서도 시달립니다. 동무끼리 어울려서 놀 만한 마당이나 빈터 하나 없습니다. 빈터나 마당이나 놀이터가 있어도 어울릴 동무가 없습니다. 학교와 집과 학원을 오가며 뼛골이 빠지게 공부만 해야 하고, 어쩌다 틈이 나서 놀고 싶어도 다른 동무를 못 만납니다. 내가 빈틈이 나도 다른 동무는 집·학교·학원이라는 굴레에 갇히니 그저 혼자만 남기 일쑤입니다. 논다고 하더라도 몸을 신나게 움직이면서 밝은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너른 터에서 놀지 못합니다. 갈 곳은 책상맡이요, 할 것은 컴퓨터놀이입니다.


  놀지 못하는 아이들한테 공부는 무엇이고 학교는 무엇일까요. 놀 수 없는 아이들한테 꿈은 무엇이고 사회는 무엇일까요. 놀지 못하는 아이는 무엇을 배울까요. 놀이와 사귀지 못하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는 앞으로 어른이 되면 일만 해야 할까요. 아이나 어른이 즐길 만한 놀이는 무엇일까요.



..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윽박지르고 야단치는 어른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고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어른이에요. 공포심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아이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  (187쪽)



  시골이 사라지면서 도시가 커집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는 아주 드뭅니다. 거의 모두 도시에서 나고 자랍니다. 어쩌다가 시골 어버이를 만나 태어났어도 시골아이는 이내 도시로 떠납니다. 시골에서 자라더라도 시골스러운 기운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시골학교에서 시골을 가르치거나 보여주지 않습니다. 시골학교에서 시골일을 가르치거나 알려주지 않습니다. 시골학교에서 아이들이 시골지기가 되도록 이끌거나 북돋우지 않습니다.


  도시에서도 시골을 모르지만, 도시에서도 도시내기를 시골아이로 가르치거나 키울 뜻이 없습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나 도감을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자연’이나 ‘동식물’을 지식으로 가르치기는 하더라도, 아이와 어른 모두 손으로 흙을 만지거나 발로 흙을 디디면서 살도록 이끌지 않아요.


  고등학교는 대학입시와 취업으로 바쁩니다. 중학교는 대학입시와 취업을 잘 하도록 몰아붙입니다. 초등학교는 대학입시와 취업만 헤아리도록 다그칩니다. 어디에서나 참다운 배움이나 가르침은 없고, 어느 곳에서도 사랑이나 꿈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디에서도 ‘인권’은 없습니다.



.. “… 이게 뭐야. 난 정말 동무들한테 필요한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고……, 동무들은 모두 도덕책에만 나오는 얘기만 하고…….” “동무들을 위해서 뽑은 대표라고 하면서 왜 모두 선생님들을 위한 일만 하는 걸까?” ..  (143∼145쪽)



  아이가 어떤 일을 잘못할 적에 매를 드는 어른은 ‘체벌’이나 ‘사랑의 매’라는 이름을 쓰지만, 낱낱이 들여다보면 이도 저도 아닌 ‘폭력’이라고 해야 옳다고 느낍니다. 어른은 윽박지르고 주먹을 휘두릅니다. 어른은 거친 말을 일삼고 무섭게 꾸짖습니다. 


  어른도 어떤 일을 잘못할 때가 있는데, 어른은 ‘체벌’도 ‘사랑의 매’도 받지 않습니다. 잘못한 어른을 아이가 윽박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없습니다. 이리하여, 아이는 어른한테서 ‘폭력’을 물려받습니다. 어른이 보여주거나 가르치는 몸짓은 오로지 폭력이기에, ‘어른으로 자라는 아이’는 동무나 이웃한테 쉽게 폭력을 저지릅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사귀는 삶이 아니라, 폭력으로 서로 윽박지르거나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을 하고 맙니다.


  입시지옥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입시지옥을 없앤다면, 온갖 차별과 계급이 사라진다면, 우리 스스로 차별과 계급을 지울 수 있다면, 아이와 어른 모두 즐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삶을 깊이 헤아리거나 배우는 대학교가 된다면, 취업이 잘되도록 들어가려는 대학교가 아니라 삶을 아름다이 가꾸는 슬기를 갈고닦는 대학교가 된다면, 이때에 비로소 아이는 마음껏 놀 수 있고 어른은 기쁘게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즐겁게 놀고 기쁘게 일하는 아이와 어른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인권이 튼튼히 뿌리를 내리리라 생각합니다.



.. 아이들에게 창피를 주는 행동이나 때리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세계 많은 나라들이 약속하고 있어요. 또한 아동복지법에서도 아이들을 때리거나 해를 끼친 어른에 대해서 법적으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를 소중하게 대해 주는 만큼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에요. 노래를 잘하는 것도 ‘나’고, 운동을 못하는 것도 ‘나’예요. 내가 나에 대해서 소중하게 생각할 때 다른 사람도 존중해 줄 수 있는 거예요 ..  (197쪽)



  만화책 《뚝딱뚝딱 인권짓기》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책이름 그대로 ‘인권을 짓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른들이 아이한테 지켜 주지 않는 인권을 어린이가 스스로 씩씩하게 짓자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어른들이 안 지켜 주는 인권을 어린이가 지킬 수 있을까요? 어른들이 가꾸거나 돌보지 않는 인권을 어린이 손으로 가꾸거나 돌볼 수 있을까요?


  네, 어른은 못 하거나 안 하더라도 아이는 할 수 있습니다. 어른은 눈길을 안 두더라도 어린이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힘차게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어린이는 곧 어른이 됩니다. 어릴 적부터 삶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자라야, 어른이 될 적에 삶을 제대로 가꿉니다. 어린 나날부터 사랑을 따스히 품어야, 어른이 되고 나서 사랑을 따스히 나눕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입시공부만 한다면, 어른이 되고 나서 아무것도 못 바꿉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대학입시에 얽매인 나날이라면, 어른이 되고 나서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채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러한 법들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정말 그림 한 점이, 노래 한 곡이 나라를 위험하고 만들까요? 하지만 정말 위험한 건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거예요.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다양한 목소리들은 당연히 사라지겠죠? 그리고 국가와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서 소리내어 얘기하지도 못할 거예요 ..  (44쪽)



  오늘 이곳에 인권이 없기 때문에 인권을 새로 짓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어른들은 인권을 지을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어린이가 스스로 인권을 새로 짓습니다. 오늘 이곳에 있는 어른한테서 인권을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찾기 어려우니까, 바로 어린이가 기운차게 일어나서 인권을 새로 짓습니다.


  내 목소리는 내가 냅니다. 우리 목소리는 우리가 냅니다. 내 권리는 내가 지킵니다. 우리 권리는 우리가 지킵니다. 내가 나를 지키면서 내 이웃과 동무를 돕습니다. 우리가 우리 삶을 스스로 가꾸면서 우리 이웃하고 살가이 어깨동무를 합니다.


  학교에 매이지 않기를 바라요. 꼭 학교에 가야 하지 않아요. 학교에 다니더라도 교과서 지식에만 파묻히지 말아요. 교과서에 없는 이웃과 동무를 생각해요. 놀이를 생각하고 놀이를 함께 해요. 놀이를 물려줄 언니 오빠가 없으면 내가 스스로 놀이를 지어요. 맨손으로 놀고, 공으로 놀며, 연필로 놀아요. 뛰고 달리면서 놀고, 뒹굴거나 구르면서 놀아요. 놀면서 노래하고 놀면서 웃어요. 놀면서 손을 잡고 놀면서 어깨를 겯어요.



.. 우리는 빠르고, 크고, 높은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는 낮게, 그리고 느리게, 작은 걸음을 장애인 동무들과 함께 옮겨 봐요. 아마 우리가 빠르게 지나가서 못 들었던 바람의 소리를, 높이 있어서 지나쳤던 작은 꽃들의 움직임을 보게 될 거예요 ..  (90쪽)



  참다운 학교라 한다면 아이한테 지식을 차근차근 알려주면서 슬기를 기쁘게 익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느낍니다. 아이가 차근차근 배울 지식이란, 모든 아이가 똑같이 머릿속에 똑같은 크기와 줄거리로 집어넣어야 하는 교과서 시험문제가 아닙니다. 저마다 제 삶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이끌면서 제 삶을 스스로 가꾸도록 이끄는 이야기일 때에 참다운 지식입니다.


  학교교육은 달라져야 합니다. 집과 마을도 달라져야 합니다. 여느 어른과 어버이도 달라져야 합니다. 학교나 학원에 아이를 맡기는 삶이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날마다 새롭게 배우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그리며 함께 사랑해야 합니다. 삶을 함께 짓고 놀이와 일을 함께 나누며 꿈으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숲을 가꾸어야 합니다.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흙을 지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 불행하게도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거나 의견이 무시당한 적이 많이 있어요. 이럴 땐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이런 말 외에도 자기 의견이 무시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의견이 무시당하는 건 기분 나쁜 일이에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자신과 관련된 일이에요. 어른들이 우리의 의견을 들어 보지도 않고 결정을 한다는 거예요 ..  (37쪽)



  내가 나한테 사랑을 선물합니다. 내가 나한테 꿈을 선물합니다. 내가 나한테 책을 선물합니다. 즐겁게 노는 아이는 즐거움과 놀이를 스스로 선물하는 셈입니다. 기쁘게 일하는 어른은 기쁨과 일을 스스로 선물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사람된 권리란 무엇이겠습니까. 나 스스로 얼마나 아름다우면서 거룩한 목숨인지 깨달을 때에 내 둘레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도 아름다우면서 거룩한 목숨인지 깨닫습니다. 내가 나를 아낄 적에 내 둘레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을 아낍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서 날마다 나한테 웃음과 노래를 선물한다면, 나는 내 둘레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한테 웃음과 노래를 선물합니다.


  인권을 짓고, 사랑을 지으며, 삶을 짓기를 바랍니다. 학교를 참답게 새로 짓고, 마을을 슬기롭게 새로 지으며, 보금자리를 사랑스레 새로 짓기를 바랍니다. 4338.5.4.물/4347.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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