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를 뚫는 풀포기


  풀은 자라고 싶다. 풀은 햇볕을 보고 싶다. 풀은 흙에 뿌리를 내려 푸른 숨결을 온누리에 퍼뜨리고 싶다. 그러나 사람은 자동차를 달리고 싶다. 사람은 자동차가 달리도록 들과 숲 어디에나 아스팔트를 쫙쫙 뿌리고 싶다. 이리하여, 얼핏 보기로 자동차와 사람이 풀을 짓밟는 듯하다. 그렇지만 풀씨는 기운을 낸다. 열 해 스무 해 기운차게 기다리면서 참는다. 그리고 불쑥 일어선다. 비바람에 씻기고 햇볕에 닳은 아주 조그마한 틈을 찾아서 드디어 줄기를 올린다. 아스팔트를 뚫고 풀포기가 솟는다. 지구별을 새까만 찻길이나 잿빛 건물로 채우려는 사람들한테, 지구별을 살리는 숨결은 바로 풀빛인 줄 보여주려고 애쓴다. 4347.1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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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인생 2014-12-05 21:05   좋아요 0 | URL
생명의 힘이네요

숲노래 2014-12-06 06:21   좋아요 0 | URL
지구를 살리는 푸른 기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