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551) 그러므로
이 책은 그러므로 ‘이방인의 스케치’ 형식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지승호-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아웃사이더,2002) 6쪽
이 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엮었습니다
→ 그러므로 이 책은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까닭에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엮었습니다
→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서 이렇게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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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씨 ‘그러므로’를 함부로 글월 사이에 넣으면 안 됩니다. 앞뒤 말을 잇는 이음씨는 두 글월 사이에 놓여야 합니다. 입으로 말할 때 더러 “이 책은, 그러므로, 이렇게 엮었습니다” 하고 끊어서 말하는 분이 있는데, 입으로 말할 적에도 이음씨를 함부로 말마디 사이에 넣지 말아야 합니다. 글이든 말이든 모두 엉망진창이 됩니다.
한편, 이 보기글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러므로’가 아닌 다른 말, 이를테면 ‘이런 까닭에’를 넣을 수도 있어요. “이 책은 이런 일이 있어서”라든지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아서”처럼 살을 입혀 차근차근 적어도 됩니다. 4339.5.15.달/4347.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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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 책은 ‘이방인이 살며시 보는 눈’으로 엮었습니다
그러모르 이 책은 ‘밖에서 살며시 보는 눈’으로 엮었습니다
‘이방인(異邦人)’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외국사람’을 가리키는 셈인데, 이 보기글을 살피자면 ‘바깥사람’을 가리킨다 할 만하고, “밖에서 보는 눈”으로 손질하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스케치(sketch)’는 “어떤 사건이나 내용의 전모를 간략하게 적음”을 뜻한다고 해요. 이 보기글에 “이방인의 스케치” 꼴로 나오는데, “이방인이 살며시 보는 눈”이나 “밖에서 살며시 보는 눈”쯤으로 손볼 만합니다. ‘형식(形式)’은 ‘틀’이나 ‘짜임새’로 다듬고, ‘기획(企劃)되었습니다’는 ‘엮었습니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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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465) 그런데
대구염색공단의 경우는 고용문제를 포함한 경제문제와 환경문제 간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논의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 그런데 골프장의 난립은 무엇으로 합리화 될 수 있는가
《녹색평론》(녹색평론사) 2호(1992.1∼2) 4쪽
이런 논의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 그런데 골프장의 난립은
→ 이런 얘기라도 할 수 있지만, 마구 짓는 골프장은
→ 이렇게라도 다룰 수 있다. 그런데 마구 들어서는 골프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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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내세워 환경을 무너뜨리는 일은 막상 경제에 도움이 될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경제를 살리려고 환경을 무너뜨리면, 나중에 ‘환경 되살리기’를 하느라 돈과 품과 겨를을 아주 많이 들여야 합니다. 한 번 무너진 환경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도록 우리 삶을 망가뜨리거나 흔듭니다. 이를테면,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핵발전소 둘레에서는 냇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가 아닌 돼지우리나 소우리가 커다랗게 마을에 들어서면, 이 마을에서도 냇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돼지우리나 소우리가 아닌 여느 공장이 들어서더라도, 이 마을에서는 앞으로 냇물을 못 마십니다. 도시에서는 냇물을 못 마십니다. 먼 시골에 댐을 지어서 물을 가둔 뒤, 이 물을 도시까지 이어서 마시도록 합니다. 도시는 일찌감치 삶자락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냇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던 지난날에는 경제성장을 못했다고 하지만, 물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성장은 하지만, 댐을 짓느라 물관을 잇느라 수도사업을 하느라 아주 어마어마하다 싶은 돈과 품과 겨를을 쏟아붓습니다.
공장을 안 지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공장을 짓는 첫무렵부터 환경을 잘 살리거나 지키는 길까지 헤아리면서 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동차를 만들 적에도 환경을 잘 살리거나 지키는 길까지 헤아리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생각을 더 이어, 우리가 나누는 말 한 마디도 ‘뜻 나누기’와 ‘생각 나누기’뿐 아니라, 한국말이 한국말답게 튼튼히 서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말을 말답게 세울 때에 비로소 뜻과 생각도 부드럽고 맑게 흐릅니다. 말을 말답게 가꾸거나 돌볼 때에 비로소 뜻과 생각을 한껏 북돋우면서 일굽니다.
이음씨 ‘그런데’는 이 글월과 저 글월을 잇는 자리에는 쓰지만, 글월 사이에 아무렇게나 끼어들지 않습니다. 이 보기글은 둘로 나눈 뒤 ‘그런데’를 넣든, 글월 하나로 엮으면서 ‘그런데’를 덜든 해야 올바릅니다. 4338.11.19.흙/4347.1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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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염색공단은 고용을 비롯해 경제와 환경이 부딪히는 테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마구 짓는 골프장은 무슨 핑계를 댈 수 있는가
“대구염색공단의 경우(境遇)는”은 “대구염색공단은”이나 “대구염색공단 이야기는”으로 손보고, “고용문제(問題)를 포함(包含)한”은 “고용을 비롯해”나 “고용뿐 아니라”로 손보며, “경제문제와 환경문제 간(間)의 대립(對立)이라는 차원(次元)에서”는 “경제와 환경이 맞서는 테두리에서”나 “경제와 환경이 부딪히는 자리에서”로 손봅니다. “논의(論議)라도 될 수 있는 경우지만”은 “이야기라도 될 수 있지만”이나 “다루기라도 할 수 있지만”으로 손질하고, “골프장의 난립(亂立)은”은 “마구 짓는 골프장은”이나 “마구 들어서는 골프장은”이나 “함부로 짓는 골프장은”으로 손질하며, “무엇으로 합리화(合理化)될 수 있는가”는 “무슨 핑계를 댈수 있는가”“무슨 말로 둘러댈 수 있는가”나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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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588) 따라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따라서 전주에서도 곧바로 해당된다
《최인호-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현대문학,2006) 72쪽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 따라서
→ 따라서 다음과 같이 밝힌 대목은
→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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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을 보면, ‘따라서’를 글 사이에 넣었습니다. 어쩌면 말하는 투를 따라서 이렇게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을 하다 보면, 말마디를 잇고 다시 잇고 또 잇느라 ‘따라서’를 사이에 넣을 수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따라서’는 앞말을 받아 뒷말로 잇는 어찌씨입니다. 이렇게 글 사이에 넣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를 이 보기글 맨 앞으로 옮겨야 합니다. 아니면, “다음과 같이 지적한 것은”에서 글월을 끝맺도록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로 고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따라서”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39.7.20.나무/4347.12.1.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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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대목은 전주에서도 곧바로 들어맞는다
‘지적(指摘)한’은 ‘밝힌’이나 ‘말한’이나 ‘다룬’이나 ‘꼬집은’으로 다듬고, ‘해당(該當)된다’는 ‘들어맞는다’나 ‘이어진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