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01. 코앞에 있다



  사진으로 담아서 나눌 이야기는 늘 코앞에 있습니다. 코앞에 있는 사람을 기쁘게 마주하면서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코앞에 있는 골목집이나 아파트를 사랑스레 바라보면서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코앞에 있는 풀숲이나 길가 한쪽에서 살그마니 고개를 내미는 풀과 꽃을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구름을 바라보고 빗줄기를 바라봅니다. 해를 바라보고 바다를 바라봅니다. 멀리 멧자락을 바라보고 온갖 건물이 들쑥날쑥 솟은 도시를 바라봅니다. 어느 곳을 바라보든, 나 스스로 즐거운 눈길로 바라보면 사진에 즐거운 기운이 서립니다. 무엇을 바라보든, 나 스스로 고운 눈빛으로 바라보면 사진에 고운 기운이 깃듭니다. 어디에서 바라보든, 나 스스로 따스한 눈매로 바라보면 사진에 따스한 기운이 감돕니다.


  멀리 있는 무엇을 찾아나서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이웃을 만나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빛이나 소리나 냄새나 숨결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멀리 있는 마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내가 선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코앞에 있는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습니다. 내 둘레에서 피어나는 빛이나 소리나 냄새나 숨결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고, 내가 사는 이 마을과 보금자리에서 이야기를 새롭게 가꾸어 사진으로 담을 수 있어요.


  코앞을 볼 줄 알 때에 먼 곳을 봅니다. 코앞을 보지 못할 적에 먼 곳을 보지 못합니다. 코앞을 느끼면서 눈빛을 밝힐 때에 먼 곳에 있는 아스라한 빛이 흐르는 결을 밝힐 수 있습니다. 코앞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를 반가이 마주할 때에 멀리 있는 이웃과 어깨동무하는 슬기로운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4347.1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해한모리군 2014-12-0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상에 저렇게 야채를 잘먹는군요.. 기특해라 ㅎㅎㅎ 아이가 자라서 이 사진들만 봐도 얼마나 사랑받고 자랐는지 알겠어요.

숲노래 2014-12-01 20:43   좋아요 0 | URL
풀이기에 먹는다기보다
그저 즐겁게 먹는다 할 수 있어요.
잘 먹으면 늘 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