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국 어린이문학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몇 없다. 한국에서 한국 어린이문학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면 거의 다 ‘이쪽 출판사 이익집단’과 ‘저쪽 출판사 이익집단’과 ‘이쪽 학벌 줄타기’와 ‘저쪽 학맥 줄타기’로 이어졌다. 어린이문학을 이야기하는 어른이 아니라, 저마다 선 이익집단과 학맥에 따라 ‘어린이문학 비평’을 참 따분하고 어려운 말로 하면서 대학교수나 대학강사가 되기 일쑤이다. 이런 안타까운 흐름에서 이재복 님은 퍽 덤덤하게 어린이문학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구나 싶다. 다만, 이재복 님은 어떤 이론이나 체계를 세우려는 뜻이 조금 크다 보니, 어린이문학을 어린이문학으로 즐기는 결은 좀 옅다. 아이들이 동시이든 동화이든 마음껏 즐기면서 노는 결까지 갖추지는 못한다. 이원수 님과 방정환 님 문학밭을 두루 돌아보기는 하지만, 두 어른이 아이들과 마주한 웃음과 노래와 같이 ‘어린이문학 비평’을 하는 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다. 이원수 님이 〈겨울 물오리〉라는 동요를 숨을 거두기 앞서 내놓은 모습이라든지 방정환 님이 《사랑의 선물》이라는 번안동화집을 일제강점기에 내놓은 모습을 돌아볼 수 있다면, 어린이문학을 다루는 자리에서도 이러한 숨결이 될 수 있으면, ‘대학교수가 안 되’고 ‘비평집을 내지 못’하더라도 무척 아름다우면서 멋스러운 이야기꽃을 피우리라 생각한다. 4347.1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