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717) 가지다 41
그런 부분이 번역 작업에서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점이다. 문학과의 접점도 가질 수 있지만, 직접적인 관심은 문학이 아니다
《쓰지 유미/송태욱 옮김-번역과 번역가들》(열린책들,2005) 56쪽
문학과의 접점도 가질 수 있지만
→ 문학과 만나는 대목도 있지만
→ 문학과 즐기기도 하지만
→ 문학을 누릴 수도 있지만
→ 문학을 느낄 수도 있지만
→ 문학을 한다는 느낌도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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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을 ‘가진다’고 하니, 닿는 자리나 만나는 대목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뜻을 그대로 풀면 “문학과 닿는 자리도 가질”이나 “문학과 만나는 대목도 가질”처럼 말하는 셈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번역을 하면서 ‘번역과 문학이 만나는 자리’를 이야기합니다. 번역을 하는 사람은 번역과 문학이 만나는 자리를 느끼면서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문학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해요. 그러니까, 번역을 하는 동안 ‘문학을 느낄’ 테고 ‘문학을 읽을’ 테며 ‘문학을 즐길’ 테지요. 4340.3.19.달/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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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곳이 번역을 하며 내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문학과 만날 수도 있지만, 딱히 문학에 마음을 두지는 않는다
“그런 부분(部分)”은 “그런 곳”으로 손보고, “번역 작업에서”는 “번역을 하면서”로 손보며, ‘흥미(興味)롭게’는 ‘재미있게’로 손봅니다. ‘점(點)’은 ‘대목’으로 다듬고, ‘접점(接點)’은 “만나는 자리”나 “만나는 대목”으로 다듬으며, “직접적(直接的)인 관심(關心)은 문학이 아니다”는 “문학에 크게 눈길을 두지 않는다”나 “딱히 문학을 하려는 마음은 아니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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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724) 가지다 42
나뭇군을 따라 숲속에 들어오면 종일 꽃만 꺾던 아이, 창백하지만 착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였읍니다
《송재찬-먼 나라 이야기섬》(인간사,1987) 93쪽
착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
→ 착해 보이는 아이
→ 얼굴이 착해 보이는 아이
→ 얼굴을 보면 착해 보이는 아이
→ 착하게 생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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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 보이는 아이”입니다. “짓궂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짓궂어 보이는 아이”이며, “조용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조용해 보이는 아이”입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착한 아이”라고만 적어도 됩니다. 그러면, “나무꾼을 따라 숲속에 들어오면 늘 꽃만 꺾던 아이, 얼굴은 파리하지만 착한 아이였습니다”처럼 새롭게 손질할 수 있습니다. 4340.5.3.나무/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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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을 따라 숲속에 들어오면 내내 꽃만 꺾던 아이, 파리하지만 착해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종일(終日)’은 ‘내내’나 ‘늘’로 손질하고, ‘창백(蒼白)하지만’은 ‘파리하지만’이나 ‘해쓱하지만’이나 ‘허옇지만’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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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746) 가지다 43
전쟁이 끝난 다음 로렌츠와 뷜러는 다시 접촉을 가졌다
《클라우스 타슈버,베네딕트 푀거/안인희 옮김-콘라트 로렌츠》(사이언스북스,2006) 116쪽
둘은 다시 접촉을 가졌다
→ 둘은 다시 만났다
→ 둘은 다시 모였다
→ 둘은 다시 함께했다
→ 둘은 다시 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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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는 일을 가리키려면 ‘만나다’나 ‘사귀다’라는 낱말을 써야 합니다. 만나니까 ‘만난다’고 합니다. 사귀기에 ‘사귄다’고 해요. 이 보기글에서는 두 사람이 “다시 만났다”고 이야기하는 자리이면서, “다시 모여서 일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가볍게 “다시 만났다”로 적어도 되고, “다시 일하기로 했다”처럼 더 또렷하게 밝혀서 적어도 됩니다. 4340.7.23.달/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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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다음 로렌츠와 뷜러는 다시 만났다
‘접촉(接觸)’은 ‘닿음’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신체 접촉”이라면 “살이 닿음”으로, “접촉 사고”라면 “스친 사고”로, “접촉 불량”은 “잘 안 닿음”으로 풀어낼 때가 한결 낫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은 ‘접촉’을 어떻게 할까요? 살이 닿는다면 ‘접촉’이라는 한자말을 쓸 수 있지만, 둘이 만날 적에는 ‘만나다’라는 한국말을 올바로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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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756) 가지다 45
산수 시간은 넓은 다목적실로 교실을 옮겨 갖기로 했다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81쪽
산수 시간을 교실을 옮겨 갖기로 했다
→ 산수는 교실을 옮겨 하기로 했다
→ 산수를 교실을 옮겨 배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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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기글을 ‘글로 쓴 그대로’ 읽는다면, “교실을 옮겨 갖기로 했다”는 “교실을 통째로 들어서 옮겨서 가진다”는 얼거리입니다. 설마 이런 뜻으로 이 글을 쓰지는 않았을 테지요. 산수라고 하는 시간을 다른 교실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밝히려고 이 글을 썼다고 봅니다.
산수 시간을 가지다
→ 산수를 배우다
→ 산수를 가르치다
→ 산수 수업을 하다
“산수 시간을 가지다”는 말이 안 됩니다. “체육 시간을 가지다”도 말이 안 됩니다. “국어 시간을 가지다”나 “영어 시간을 가지다”도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산수를 하다”나 “산수 수업을 하다”라 해야 올바릅니다. 또는, “산수를 배우다”나 “산수를 가르치다”라 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교사한테 “선생님, 체육 어디에서 해요?” 하고 묻지, “선생님, 체육 시간 어디에서 가져요?” 하고 묻지 않습니다. 설마 오늘날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시간을 가지다”라는 말투를 이처럼 엉터리로 쓰지는 않겠지요? 4340.8.15.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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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는 넓은 다목적실로 옮겨서 배우기로 했다
글짜임을 살피면, “산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꼴입니다. “시간을 갖는다”는 무엇을 말할까요? 아무래도 산수 수업이나 산수 공부를 한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산수를 배우기로 했다”로 손질해야 올바르리라 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