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688) 가지다 37


따라서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에 습지가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하답니다

《강병국-원시의 자연습지, 그 생태보고서 : 우포늪》(지성사,2003) 139쪽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

→ 땅이 좁은 나라

→ 땅덩이가 작은 나라

→ 땅덩이가 좁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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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동·서·남으로 바다가 있습니다. 논밭으로 쓸 땅이 있고 멧줄기가 있어요. 바다에는 물고기가 있고 숲에는 숲짐승과 나무가 있습니다. 논밭으로 쓸 땅을 ‘가지고 있’지 않고, 바다는 물고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숲은 풀이나 나무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모두 ‘있을’ 뿐입니다.


  소유권이나 영유권을 따지며 ‘가지다’라는 낱말이 쓰임새를 넓히는구나 싶은데, 쓰임새를 넓힌다고 해도 아무 데나 쓸 수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행복추구권이 있습니다”라 해야 알맞지 “우리는 행복추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라 하면 올바르지 않아요. 다만, 이렇게 말해도 뜻은 알아듣겠지요. 그러고 보면, 뜻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얄궂게 잘못 쓰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자꾸자꾸 퍼지는지 모릅니다. 4340.1.24.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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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땅덩이가 좁은 우리 나라에 늪이 있다는 대목은 여러모로 매우 뜻깊습니다


‘국토(國土)’라는 한자말을 써도 나쁘지 않지만, 이 자리에서는 ‘땅’이나 ‘땅덩이’로 적을 때가 한결 낫습니다. ‘습지(濕地)’는 ‘늪’으로 손보고, ‘사실(事實)’은 ‘대목’으로 손보며, “여러 가지 면(面)에서”는 “여러 가지로”나 “여러모로”로 손봅니다. ‘중요(重要)하답니다’는 ‘뜻깊답니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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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690) 가지다 38


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믿음직스럽고 멋진 내 남자 친구 철이랑 배낭여행을 떠날 꿈도 가지고 있다

《김옥-청소녀 백과사전》(낮은산,2006) 137쪽


  꿈도 가지고 있다

→ 꿈도 있다

→ 꿈도 꾼다

→ 꿈도 품는다

→ 꿈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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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묻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처럼 대꾸합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니?” 하고 묻지 않으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처럼 대꾸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야기할 적에도 “꿈이 있다”나 “꿈을 꾼다”처럼 말합니다.


  그런데 “꿈을 가져라!” 같은 말투가 널리 퍼집니다. 꿈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니에요. 꿈은 가지지 못합니다. “꿈을 꾸어라!”나 “꿈을 품어라!”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글흐름에 따라 “꿈을 키운다”나 “꿈을 가꾼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4340.1.27.흙/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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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중에 어른이 되면 믿음직스럽고 멋진 내 남자 친구 철이랑 배낭여향을 떠날 꿈도 꾼다


“나의 남자 친구”라 하지 않고 “내 남자 친구”라 적어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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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04) 가지다 39


낙엽송은 비교적 얇은 목피를 가지고 있는데, 이 껍질 속에는 미세한 가시가 들어 있다

《김진송-목수일기》(웅진닷컴,2001) 83쪽


 얇은 목피를 가지고 있는데

→ 나무껍질이 얇은데

→ 껍질은 얇은데

→ 껍질이 얇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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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알 만한 이야기를 몇 가지 적어 봅니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습니다. 꽃마다 잎이 달립니다. 나무에는 나뭇가지가 있습니다. 뿌리가 없는 풀은 없습니다.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습니다. 꽃마다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밤알이나 유자알은 껍질이 두껍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가지다’를 써서 얄궂게 나타내는 분이 하루하루 늘어납니다.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꽃마다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나무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뿌리를 가지지 않은 풀은 없습니다”라든지, “꽃은 암술과 수술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꽃마다 향긋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라든지, “밤은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든지. 더군다나 ‘가지다’라는 낱말만 잘못 쓰지 않고 으레 “가지고 있다” 꼴로 잘못 씁니다. 잘못 쓰는 말투가 다른 말투까지 잘못 쓰도록 이끕니다.


  쌍꺼풀이 있는 사람한테는 “너, 쌍꺼풀 있네?”라 말하지, “너, 쌍꺼풀 가지고 있네?”라 말하지 않아요. 손톱이 긴 사람한테는 “손톱이 길구나.”라 말하지, “긴 손톱을 가지고 있구나.”라 말하지 않습니다. 4340.2.21.물/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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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잎갈잎나무는 껍질이 퍽 얇은데, 이 껍질에는 잔가시가 있다


‘낙엽송(落葉松)’은 어떤 나무를 가리킬까요? ‘일본잎갈나무’일까요, 아니면 ‘갈잎나무’일까요, 아니면 ‘떡갈나무’일까요? ‘비교적(比較的)’은 ‘퍽’이나 ‘꽤’나 ‘무척’으로 고쳐쓰고, ‘목피(木皮)’는 ‘나무껍질’로 고쳐쓸 말이고, “껍질 속에는”은 “껍질에는”으로 고쳐씁니다. ‘미세(微細)한’은 ‘아주 작은’이나 ‘잔’이나 ‘잘디잔’으로 다듬고, “들어 있다”는 “있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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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12) 가지다 40


징병 이후 첫 휴가를 갖고 폭격기 승무원에 배정돼 해외로 파병되기 전까지 집에서 열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하워드 진/유강은 옮김-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이후,2002) 122쪽


 첫 휴가를 갖고

→ 첫 휴가를 받고

→ 첫 휴가를 얻고

→ 첫 휴가를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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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는 ‘받’거나 ‘얻’습니다. 휴가를 달라고 한 뒤에 ‘받’습니다. 받는 일이니 ‘얻는다’고도 합니다. 예전에는 ‘휴가(休暇)’가 아니라 ‘말미’라 했지만, 회사에서는 ‘휴가·연차·월차’ 같은 한자말만 씁니다. 한국말 ‘말미’ 또한 얻거나 받습니다. “말미를 주다”나 “말미를 얻는다”처럼 씁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휴가를 내고”나 “휴가를 쓰고”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0.3.8.나무/4347.11.3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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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간 뒤 폭격기 승무원이 되어 이 나라를 떠나기 앞서까지 첫 휴가를 받고 집에서 열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징병(徵兵) 이후(以後)”는 “군대에 들어간 뒤”나 “군대에 간 뒤”로 다듬고, “승무원에 배정(配定)돼”는 “승무원으로”나 “승무원이 되어”로 다듬으며, “해외(海外)로 파병(派兵)되기 전(前)까지”는 “이 나라를 떠나기 앞서까지”나 “나라밖으로 떠나기 앞서까지”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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