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00. 골고루 어우러진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이것을 넣거나 저것을 빼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빼야 할 것을 빼거나 넣어야 할 것을 넣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적에는 나 스스로 찍고 싶은 이야기를 한 자리에 골고루 어우릅니다.


  어떤 이야기를 찍으려 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무엇을 찍고 싶은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내 뒤에 태어나서 살아갈 아이한테 남기고 싶은 모습을 그려야 합니다. 이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속에서 자라는 사랑을 떠올려야 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사랑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꿈꾸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별이 흐르고 바람이 불며 해가 뜹니다.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며 냇물이 흐릅니다. 구름이 모이고 무지개가 뜨며 새가 지저귑니다. 풀벌레가 짝을 찾고 개구리가 깨어나며 자전거가 달립니다. 냉이가 나고 민들레가 피며 무화과알이 맺습니다.


  밥을 끓입니다. 국내음이 퍼집니다. 수저를 딸각거리는 소리가 감돕니다. 오늘 하루를 새롭게 엽니다. 글을 한 줄 쓰고 책을 한 쪽 읽습니다. 인형을 만지작거리고 때 묻은 옷을 빨래합니다. 설거지를 하고 방바닥을 걸레로 훔칩니다.


  삶이 흐르면서 이야기가 흐릅니다. 삶과 이야기가 흐르기에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생각이 자라면서 마음이 자랍니다. 생각과 마음이 자라기에 사진 두 장 찍습니다. 노래가 샘솟고 웃음이 터집니다. 노래와 웃음이 어우러지기에 사진 석 장 찍습니다.


  아름다운 하루는 늘 이곳에 있습니다. 이곳에 서서 내 하루를 바라봅니다. 사랑스러운 하루는 언제나 곁에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랑을 돌아보면서 내 길을 걷습니다. 내 사진은 내 하루에서 태어납니다. 내 사진은 내 사랑으로 자랍니다. 4347.11.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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