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이랑 고구마랑



  단호박이랑 고구마랑 감자랑 달걀이랑 삶으면, 아이들은 맨 먼저 달걀을 집는다. 다음으로 고구마를 집고, 다음으로 감자를 집으며, 마지막으로 단호박을 집는다.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할 적에 단호박만 접시에 달랑 놓으면 처음에는 안 먹을 듯 지나치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단호박만 놓은 접시를 말끔히 비운다. 그렇다고 아이들한테 단호박만 억지로 먹일 생각은 없다. 여러 가지 맛을 골고루 느끼면서 누릴 수 있기를 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삶으면 단호박부터 접시에 놓는다. 이 다음에 감자를 놓고, 이 다음에 고구마를 놓는다. 배가 부르면 단호박은 건드릴 생각조차 안 하지만, 배가 불러도 고구마는 낼름낼름 다 먹으니까. 4347.11.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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