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91) -들 1
새들의 번식지가 없어지고 천적들이 사라지자 해충들이 급격히 번식했다. 그러자 커피 농장의 주인들은 살충제 사용을 증가시켰다
《앨런 테인 더닝,존 라이언/고문영 옮김-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그물코,2002) 17쪽
새들의 번식지가 없어지고
→ 새가 깃들 곳이 없어지고
→ 새가 쉴 곳이 없어지고
→ 새가 둥지 틀 곳이 없어지고
천적들이 사라지자
→ 목숨앗이가 사라지자
해충들이
→ 벌레가
→ 풀벌레가
…
이 보기글에서는 ‘-들’을 붙여도 됩니다. ‘-들’을 붙인다고 해서 잘못 쓰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한국사람은 한국말에서 ‘-들’을 잘 안 붙입니다. 여럿을 또렷이 밝히거나 가리키려고 할 때가 아니면, 굳이 ‘-들’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숲에 나무가 많다”라고만 하는 한국말입니다. “숲에 나무들이 많다”처럼 말하지 않아요. “바다에 고기가 많다”라고만 하는 한국말이에요. “바다에 고기들이 많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많구나”처럼 말하지, “하늘에 구름들이 많구나”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길에 사람이 많구나”처럼 말하는 한편, “길에 사람들이 많구나”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들’을 붙이기도 하고 안 붙이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은 어떻게 보면 될까요? ‘새·목숨앗이·벌레’를 두루 살피면서 바라보려 한다면 ‘-들’을 붙이지 않습니다. 더 헤아려 보셔요. 우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적에 “이야, 별이 많구나”처럼 말합니다. 굳이 ‘별들’이라고 하지 않아요. 낚시를 할 적에 “고기를 많이 낚았네”처럼 말하지 “고기들을 많이 낚았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벌레한테 목숨앗이가 될 새가 사라진다면, “새가 사라졌다”고 하지, “새들이 사라졌다”고 하지 않아요. 가을에 가랑잎이 떨어질 적에 “잎이 떨어진다”고 하지 “잎들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습니다. 머리숱이 많은 사람을 보고 “머리카락이 많다”고 말할 뿐, “머리카락들이 많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오늘은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처럼 말할 뿐, “오늘은 노래들을 많이 불렀어요”처럼 말하지 않아요. 4337.3.9.불/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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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깃들 곳이 없어지고 목숨앗이가 사라지자 벌레가 엄청나게 늘었다. 그러자 커피 농장 사람들은 살충제를 더 많이 썼다
“새들의 번식지(繁殖地)”는 “새가 깃들 곳”이나 “새가 둥지를 틀 곳”으로 손보고, ‘천적(天敵)’은 ‘목숨앗이’로 손봅니다. ‘해충(害蟲)’은 ‘벌레’나 ‘풀벌레’로 손질하고, “급격(急激)히 번식(繁殖)했다”는 “엄청나게 늘었다”나 “재빠르게 번졌다”로 손질합니다. “커피 농장(農場)의 주인(主人)들은”은 “커피 농장 사람들은”이나 “커피밭 사람들은”으로 다듬고, “살충제 사용(使用)을 증가(增加)시켰다”는 “살충제를 더 많이 썼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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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도 익혀야지
(305) -들 2
그리고 물이나 전기 같은 필수 기간시설의 민영화와 기업화에 관한 〈힘의 정치〉가 그 글들인데, 이 글들이 다루고 있는 대상은 우연히도, 아요드의 사원 건설 다음으로 현재 인도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아룬다티 로이/박혜영 옮김-9월이여 오라》(녹색평론사,2004) 27쪽
〈힘의 정치〉가 그 글들인데, 이 글들이 다루고 있는
→ 〈힘의 정치〉가 그 글인데, 이 글이 다루는
→ 〈힘의 정치〉라는 글이 다루는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들
→ 눈길을 두는 문제
→ 눈길을 두는 일
→ 마음을 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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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를 가리키면서 ‘글들’이라 적습니다. 왜 이렇게 적을까요? 어쩌면 이 보기글에서 말하는 〈힘의 정치〉라는 글은, 이러한 이름을 붙이고 글을 여러 꼭지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 여럿 있으면 ‘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을 여럿 가리키면서 ‘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은 영어와 달리 꼭 ‘-들’을 붙이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는 여럿을 가리키는 자리에서 어김없이 ‘-s’를 붙일 테지만, 한국말을 올바르거나 알맞게 쓰려면 모든 자리에 ‘-들’을 붙여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따지자면, 이 보기글에서는 ‘기간시설’이 아닌 ‘기간시설들’처럼 적어야 할 테고, ‘대상’도 ‘대상들’처럼 적어야 할 테지요. 이런 낱말에 ‘-들’을 안 붙이듯이, 글과 문제를 가리킬 적에도 “이 글”과 “눈길을 두는 일”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4337.7.28.물/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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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물이나 전기처럼 꼭 갖출 기간시설을 민간이나 기업에 넘기는 이야기를 다룬 〈힘의 정치〉가 그 글인데, 이 글은 재미있게도, 아요드에 짓는 사원 다음으로 요즈음 인도 정부가 가장 크게 눈길을 두는 일을 다룹니다
“전기 같은 필수(必須) 기간시설의 민영화(民營化)와 기업화(-化)”는 “전기처럼 꼭 갖출 기간시설을 민간이나 기업에 넘기는”으로 다듬고, “-에 관(關)한”은 “-을 다루는”으로 다듬습니다. “다루고 있는 대상(對象)”은 “다루는 이야기”로 손보고, ‘우연(偶然)히도’는 ‘뜻밖에도’나 ‘재미있게도’로 손보며, “아요드의 사원 건설(建設)”은 “아요드 사원 짓기”에 “아요드에 짓는 사원”으로 손봅니다. ‘현재(現在)’는 ‘요즘’이나 ‘요즈음’으로 손질하고, ‘최우선적(最優先的)으로’는 ‘가장 크게’나 ‘맨 먼저’나 ‘무엇보다’로 손질하며, “관심(關心)을 갖고 있는 문제(問題)”는 “눈길을 두는 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