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878) 자체 11


“그저 글을 쓰기 위해서 글을 쓴 거지요.” “나도 그 자체로 좋아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박태희 옮김-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 51쪽


 나도 그 자체로 좋아서

→ 나도 그저 좋아서

→ 나도 그냥 좋아서

→ 나도 그예 좋아서

 …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를 살피니, 한 분이 먼저 “그저 글을 쓰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음 분은 “그 자체로 좋아서”라 이야기하며 받아 줍니다. 그러니까 앞서 이야기한 분이나 뒤에서 이야기한 분이나 한결같이 ‘그저’를 밝히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그 자체로 좋아서”가 아닌 “그저 좋아서”입니다. 같은 말투를 되풀이하지 않고 싶다면 “그냥 좋아서”나 “그예 좋아서”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저 그대로 좋아서”라 해도 잘 어울립니다. “그저 그렇게 좋아서”라 적어도 괜찮습니다. “나도 그저 참 좋아서”라 해도 되고요.


 나도 그대로 좋아서

 나도 그 모습 그대로 좋아서

 나도 그 삶이 그대로 좋아서

 나도 사진이 있는 그대로 좋아서


  한 분은 글을 말하고 한 분은 사진을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 ‘삶’을 나란히 적어 놓고 싶습니다. 글이 그저 좋아 글을 쓰고, 사진이 그예 좋아 사진을 찍으며, 삶이 마냥 좋아 삶을 꾸립니다. 더도 아니요 덜도 아닙니다. 조금도 아니며 많이도 아닙니다. 그냥그냥 알맞춤하게 좋습니다. 4342.12.10.나무/4347.11.2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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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글을 쓰려고 글을 썼지요.” “나도 그저 좋아서,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쓰기 위(爲)해서”는 “쓰려고”나 “쓰고 싶어서”로 다듬고, “쓴 거지요”는 “썼지요”나 “쓰지요”로 다듬어 줍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895) 자체 12


영균 역시 아이들 얘기에 많이 공감했다. 대통령에 대해선 실망 그 자체였다

《박상률-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사계절,2006) 98쪽


 실망 그 자체였다

→ 실망뿐이었다

→ 실망만 가득했다

→ 실망이 컸다

→ 크게 실망했다

→ 몹시 실망했다

 …



  이 보기글에서는 한자말 ‘실망’을 살려서 말투를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한자말 ‘실망’을 ‘짜증’으로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자말 ‘실망’을 손질하면서 “짜증 그 자체“처럼 적는다면, 손질하나 마나가 돼요. 왜냐하면, 낱말 하나는 손질하더라도 말투는 손질하지 못한 셈이니까요.


  한자말 ‘실망’을 살리면서 말투를 가다듬으려면 “몹시 실망스러웠다”나 “실망이 컸다”처럼 적고, 한자말을 손질하려면 “몹시 짜증스러웠다”나 “짜증덩어리였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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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균도 아이들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영균도 아이들 얘기에 같은 마음이었다. 대통령은 몹시 짜증스러웠다


“많이 공감(共感)했다”에서 ‘공감’은 “나도 그렇다고 느낌”을 가리킵니다. 이 말마디는 그대로 둘 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나 “같은 마음이었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對)해서는”은 “대통령은”으로 손질하고, ‘실망(失望)’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짜증스럽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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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832) 자체 10


이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였단 말이야

《후지사와 토루/소년매거진 찬스 편집부 옮김-반항하지 마 4》(학산문화사,1998) 125쪽


 이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 이기겠다는 생각부터가

→ 이기겠다는 생각은 그지없이

→ 이기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



  “이기겠다는 생각이 터무니없단 말이야”라고만 적으면 밋밋하다고 느껴서, ‘자체’라는 꾸밈말을 넣었구나 싶습니다. 다만, 꾸밈말을 넣는다고 해도 알맞게 넣어야지요. 이를테면, “이기겠다는 생각은 ‘참말’ 터무니없단 말이야”처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참말’뿐 아니라 ‘참으로’를 넣을 수 있습니다. ‘더없이’나 ‘그지없이’나 ‘더할 나위 없이’도 넣을 수 있고, ‘몹시’나 ‘매우’도 넣어 봅니다. ‘아주아주’나 ‘대단히’도 넣어 봅니다.


  “이기겠다는 생각은 ‘바보짓이고’ 어처구니없단 말이야”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바보짓이고’라든지 ‘철없고’라든지 ‘철딱서니없고’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어리석고’나 ‘주제넘고’나 ‘멋모르고’를 넣어도 됩니다. 4341.5.22.나무/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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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겠다는 생각부터가 터무니없단 말이야


‘발상(發想)’은 ‘생각’으로 다듬고, ‘무리(無理)였단’은 ‘말도 안 되었단’이나 ‘터무니없단’으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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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796) 자체 9


재능이 필요한 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이지 재능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민병산-철학의 즐거움》(신구문화사,1990) 273쪽


 재능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 재능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 재능을 얻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그’ 재능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바로’라는 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바로’를 덜고 ‘때문’을 넣어도 됩니다. 둘 모두 넣어도 잘 어울리고, 둘 모두 덜어서 “재능을 얻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4341.1.26.흙/4347.11.2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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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있어야 하는 까닭은 즐거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지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필요(必要)한 것은”은 “있어야 하는 까닭은”으로 손보고, “찾기 위(爲)해서이지”는 “찾아야 하기 때문이지”나 “찾고 싶기 때문이지”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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